"지치고 허탈하지만 해경의 임무를 저버릴 순 없습니다."

22일 오후 2시쯤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 세월호 침몰 지점에서 10여㎞ 떨어진 해역에서 목포해경 소속 80t급 경비정 P-125정(艇)이 물살을 가르며 세월호 실종자를 찾고 있었다.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주는 '조수기'가 없어 대원들은 세수와 양치질만 겨우 하며 37일째 실종자를 수색해왔다. 한 달 넘게 대원 6명이 12시간씩 맞교대 근무를 하느라 몸은 이미 녹초가 됐다. 낮에는 쌍안경으로 실종자를 수색하고, 밤에는 조명탄 빛에 의지해 해면을 살핀다.

이들에게도 사흘 전 '해경 해체'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대원들은 "몸에서 뭔가 빠져나가는 듯 맥이 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들에 비하면 우리 슬픔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다시 바다로 고개를 돌렸다.

현재 세월호 사고 현장에 나가 있는 해경 함정은 모두 80척. 해경 전체 함정 303척의 4분의 1이 넘는다. 잠수 요원 200여명(해경 전체 482명)과 경비함정 요원 1000여명(총 3700여명)도 현장에 나가 있다. 평소라면 1박 2일, 길어도 7박 8일 근무에, 3교대가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 이 원칙은 없어진 지 오래다. 특히 사고 해역을 맡고 있는 서해지방해경청 산하 6개 경찰서 대원과 함정들은 눈코 뜰 새 없다. 서해청 소속 함정 102척 가운데 세월호 현장에 나가 있는 배는 모두 41척. 이 중 3000t급 3009함과 3011함은 현장 지휘함으로, 사고가 난 날부터 지금까지 37일이 넘도록 육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 배는 현장 지휘소이기도 하고, 수색 현장 요원들의 취침과 휴식 공간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배에 타고 있는 80여명의 대원은 육지에서 날라오는 음식과 물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이들에게 음식을 날라주고, 사망자 시신을 팽목항으로 실어나르는 일을 하는 50t급 순찰정(P정)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이 작은 배는 길어야 1박 2일 바다에 나가지만, 서해청 산하 P정 20척은 사고 후 계속 바다에서 일하다 지난 21일에야 일부가 32일 만에 육지로 잠시 돌아왔다. 바다에서 너무 오래 있다 보니 기운이 빠져 무기력증을 겪는 대원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발표한 지난 19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 입항한 해경 경비정 앞에서 해경 요원들이 뒷짐 지고 땅을 보거나 머리에 손을 얹고, 바다만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구조를 맡고 있는 잠수대원들은 더욱 힘겹다. 30분 잠수하면 12시간을 쉬는 게 원칙이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서해청 관계자는 "실종자 구조가 더뎌지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수색을 천천히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해경 잠수대원들은 순서를 정해놓고 정조 시간대가 되면 무조건 바다에 들어간다"며 "바다에서 나오더라도 바지선에서 잠시 쉬고 배에서 잠자기 때문에 모두 탈진 지경"이라 했다. 지난 7일에는 사고 현장에서 헬기를 타고 수색 중이던 인천해경 정모(48) 경사가 과로로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렇게 세월호 사고 현장에 많은 함정과 인력이 투입되다 보니 경비 부서의 업무량도 배로 늘고 있다. 서해청이 보유한 경비함정 102척 중 79척은 불법 어로 중국 어선 단속이 주 임무이지만, 요즘 38척이 세월호 사고 해역에 나가 있어 사실상 중국 어선 단속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목포해경은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속 실적은 1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똑같은 바다를 훨씬 적은 숫자의 배로 경비하려다 보니 평소 3교대로 일하던 것을 요즘 2교대로 바꿔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고초는 꽃게철을 맞아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몰려드는 중국 어선을 감시해야 하는 인천해경도 똑같이 겪고 있다. 요즘 서해 5도에 몰려드는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250~270여척. 그런데 세월호 사고로 서해청 산하 평택·태안·군산해경 함정들이 진도에 투입된 탓에 인천해경이 1000t급 1척과 3000t급 2척 등 3척의 경비함을 충남·전북 해역에 보내 지원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인천해경도 3교대 근무가 2교대로 바뀌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4월부터 해경 특공대원들을 연평도에 보내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 했는데 이들이 모두 세월호 현장에 투입돼 단속이 어려워졌다"며 "중국 어선들 교신 내용을 들어보면 '이럴 때 많이 잡아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