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兪炳彦·73) 전 세모그룹 회장 측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구원파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유씨 일가의 재산 환수 작업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검찰과 국세청이 세월호 피해 배상금 환수 명목으로 압류를 걸어도 먼저 근저당권을 설정한 구원파가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국 곳곳에 차명 재산과 회사 자산을 감춰둔 것으로 추정되는 유씨 일가가 비슷한 방식으로 재산 빼돌리기에 나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유씨 일가는 지난달 28~29일 양일간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명의로 트라이곤코리아가 보유한 부동산 24점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 부동산이 유씨의 차명 재산으로 확인되고 트라이곤코리아 자산이 재산 환수의 대상으로 확정돼 압류되더라도 이미 근저당을 설정해놓은 구원파와 정부가 재산권 순위 다툼을 벌이게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밀린 부동산 취득세나 재산세는 우선해서 징수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권 등 다른 민사 권리는 구원파의 근저당권 뒤로 순위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근저당 설정 계약이 채무를 피하기 위해 재산을 제3자에게 도피시키려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면 정부는 소송을 통해 근저당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길고 긴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언제 환수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도 강제집행 면탈 혐의를 적용해 이들의 수상한 근저당 설정 과정을 조사하고 있지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원파와 트라이곤코리아가 유씨 일가가 운영하는 사실상의 동일 조직으로 확인된다면 정부의 채권 행사를 피해 재산권을 일부러 도피시켜 놓은 것으로 보고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검찰 관계자는 "구원파가 트라이곤코리아에 돈을 빌려준 데 대한 채권 확보 차원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근거를 제시한다면 '강제집행 면탈'(免脫·의무를 회피함) 혐의 적용이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유씨 일가의 근저당권 '선수 치기'로 정부의 재산 환수 작업에 걸림돌이 생겼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