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측이 세월호 침몰 직후 구원파 명의로 근저당을 설정한 부동산 24곳은 제주와 강원, 서울, 경기 곳곳에 분포돼 있다. 강원 고성군과 서귀포시 땅은 해변을 낀 풍광 빼어난 곳에 있고, 서울 땅은 강남의 요지에 있다.

유씨 일가는 강원 고성군 대진항 북쪽 바닷가에 고급 콘도 신축을 위해 1980년대부터 등대 인근 전망 좋은 땅을 모조리 매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모그룹 시절인 1989년 10월 31일 '해맞이' 휴양 콘도 건축 사업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세모 측은 790여억원을 들여 건축 연면적 4만6858㎡에 지하 3층 지상 5층, 152실의 콘도 건설을 추진해왔으나 1997년 세모가 부도 처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해맞이콘도의 대표는 유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박모씨다.

이 콘도 사업을 위해 매입한 12필지가 나중에 유씨 장남 대균(44)씨가 소유한 트라이곤코리아에 넘겨졌는데, 이 땅이 지난달 29일 세월호 참사 직후 구원파 명의로 근저당이 설정된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콘도 면적을 2만6000㎡에서 3만171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으나 고성군은 재검토를 지시했다. 콘도가 들어설 부지는 원래 6·25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수복을 기다리며 무허가 집을 지어 살던 곳이다. 콘도 건설 계획이 승인되면서 15채가 철거됐고, 현재는 3채만 남아 있다. 이 땅은 대진 등대에 붙어있는 관광 명소로 동해 해운항만청도 이곳에 관광 사업을 추진했었다. 입지와 경치가 좋아 세모 측이 낡은 등대를 허물고 등대를 새로 지어줬다고 고성군은 밝혔다. 부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부지는 평당 100만원가량, 현 시세로도 140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검찰은 콘도 개발이 성공해 지가(地價)가 크게 올랐다면 땅 소유권은 다시 트라이곤코리아에서 유씨 자녀에게 넘어갔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트라이곤코리아는 2011년에 서귀포시 보목동 1345번지 일대 5필지를 매입했다. 회사 측은 가족호텔 사업 허가를 받고 지난해 8월 착공 신고를 냈다. 이 부지 4450㎡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의 가족호텔 3개 동(객실 54실)을 지을 계획이었다. 이 땅은 제주올레 6코스인 해안 도로에 접해 있다. 섶섬이 바로 앞에 보이고, 뒤로는 한라산이 뚜렷하게 보이는 경관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구원파 명의로 근저당이 설정된 이 5필지의 시세는 20억~25억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