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는 30분 간격으로 보수 성향 단체들이 각각 다른 행사를 열었다.

오전 10시 30분 19층에서는 '6·4 지방선거 좋은 후보 선정 시민유권자 운동본부'(이하 시민운동본부)가 광역·기초단체·교육감 '좋은 후보'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시민운동본부에는 500여개 보수 성향 시민 단체들이 참여했다.

30분 후 18층에선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이하 올바른교육감)가 지역별로 10명의 보수 단일 후보를 추대해 '보수 단일 후보 추대증'을 증정했다. 후보 10명 중 부산·강원·대구를 뺀 7명이 참석해 '혁신 학교 폐지' 등 공통 공약을 선언했다.

이날 시민운동본부는 고승덕 후보를, 올바른교육감은 문용린 후보를 각각 '좋은 후보'로 선정했다. 보수 시민단체들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제각기 다른 보수 성향의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서울 교육계 한 인사는 "안 그래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보수 후보가 3명(문용린·고승덕·이상면)이나 출마해 단일화가 절실한 마당에, 보수 단체들까지 각기 다른 후보를 미는 것은 선거에서 진보에 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수 단체의 분열은 왜 나타났을까. 애초에 이상주·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등 교육계 원로들이 주축이 된 '올바른교육감'은 문용린 후보를 서울시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 하지만 고승덕·이상면 후보는 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마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 시민 단체들도 분열된 것이다.

'올바른교육감' 측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시민운동본부 인사들도 처음에 우리 단일화 논의에 참여했다가 갑자기 별다른 이유도 없이 탈퇴했다"며 "우리는 지난 수개월간 고민해 문 후보를 추대했는데, 일주일 전에 모인 단체가 갑자기 '고 후보가 좋은 후보'라고 이름만 발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시민운동본부' 측 김정수 자유교육연합 대표는 "'올바른교육감'은 (단일 후보로) 문용린 교육감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단일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후보를 지지한 시민운동본부에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와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연합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인사는 "진보 진영은 '분열하면 공멸한다'는 데 공감하며 뭉치고 있는데, 보수 진영은 자기 일신에 유리한 쪽이 어딘지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진보 진영에서는 당초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조희연 후보(성공회대 교수)와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가 각자 출마 선언을 했지만, 윤 전 부총리가 막판에 "범진보 진영의 승리를 위해" 출마를 전격적으로 포기하면서 단일화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