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영국 2위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AZ)를 인수하려던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삼고초려’가 퇴짜를 맞았다. 화이자는 18일(현지시각) 최종 인수가를 주당 55파운드(93달러, 9만5000원), 총 1170억달러(120조원)까지 올려 제의했지만 다음날 바로 거부됐다.

앞서 화이자는 올해 1월 AZ 인수 계획을 밝히며 인수가를 주당 46.6파운드에서 이달 초 50파운드까지 올렸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연거푸 거절했다.

레이프 요한슨 AZ 회장은 “화이자가 제시한 최종 인수안이 이사회를 설득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안 리더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도 “추가 제안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두 거대 제약사 간의 ‘빅딜’은 끝난 것일까.

남은 시간은 1주일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제약업체 최대 규모의 M&A 딜이 완전 무산된 것은 아니다. 꺼진 인수 불길을 살리기 위해 남은 시간은 오는 26일(한국시각 27일)까지 딱 1주일. 그렇지 않으면 6개월 후를 기다려야 한다.

영국 기업인수규제법은 최초 인수가 제시 후 4주 안에 합의가 되지 않거나 별도 기간 연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6개월 안에 다시 인수협상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회사가 26일까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오거나 협상 기한 연장을 요청하면 재협상은 이어질 수 있다.

6개월이 지난 11월 이후 M&A가 다시 추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시한이 종료된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거나 두 기업이 여전히 M&A에 관심을 둘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두 회사 모두 현재 입장에서 물러 설 뜻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26일까지 추가 협상 움직임이 없으면 양사간 인수합병은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AZ 이사회가 변수

오는 26일 까지든 6개월 후든, 사실상 결렬된 두 회사의 M&A를 다시 이을 수 있는 열쇠는 아스트라제네카 이사회가 쥐고 있다.

화이자가 주당 55파운드의 인수를 제시하며 ‘최종 인수안’이라고 못을 박은 만큼, 인수가를 더 높여가며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AZ 이사회가 26일까지 끝내 인수 협상을 거부한다면, 화이자도 추가 인수안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화이자 인수를 단박에 거절한 아스트라제네카를 향한 주주와 투자자들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WSJ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작성한 투자 보고서를 인용, “투자자들도 화이자가 최종 제시한 주당 55파운드 인수안을 적정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AZ에 대한 투자자들의 압력이 앞으로 인수 과정에 있어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화이자의 인수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던 아스트라제네카의 10대 주주들도 이사회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WSJ는 AZ가 화이자의 최종 인수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을 두고, AZ 대주주들이 “주주의 이해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조세회피 목적의 기업인수 제동 걸리나

화이자의 AZ 인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제약업계 M&A라는 점 외에, 미국 의회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한 인수합병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M&A 역사에도 남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한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화이자 등 대형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뒤 통합법인을 영국 등 법인세가 낮은 곳으로 옮겨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시도가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미시건주 칼 레빈 민주당 상원의원과 샌더 레빈 민주당 하원의원은 각각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한 뒤 외국에 통합 법인을 세우는 것을 막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NYT는 전했다.

폴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조세 회피를 위해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이트너 전 장관은 “세금회피를 목표로 한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정부가 반드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M&A 규제안에 대해 공화당 측이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지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