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화영 부산 레스토랑 '메르씨엘' 오너셰프

언젠가부터 상당수의 대중적인 한식당에서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스테인리스 밥 주발에 담겨 손님에게 나갈 밥을 미리 퍼서 저장하기 위한 '첨단' 주방용품이다. 선입선출이 잘 이루어지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손님들이 찬밥 수준도 아닌 떡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기도 한다. 여기에 익숙한 신세대들은 적응 내지는 진화를 통해 밥 주발을 흔들어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신공(神功)'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난 아직도 왜 내 돈 내고 밥 사먹는데 '찬밥신세'를 당해야 하나 궁금하다.

이런 식당에 가면 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가 있다. '물은 셀프입니다.' 요사이 숟가락·젓가락을 놔주는 식당을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고기구이 전문점에서는 조리마저 셀프다.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 식당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마저 손님이 해야 할 의무이다. 정말이지 벽에 적힌 문구를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저희 식당에서는 손님에게 설거지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식당 주인이 손님에게 인건비를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

비용을 줄여 합리적인 금액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서비스를 하는 측도, 고객도 이러한 현상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 식당업의 기본은 손님을 잘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셀프 제일주의'는 이러한 기본을 생략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식은 손이 많이 가서 인건비가 많이 든다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한식·양식을 막론하고 제대로 된 음식 중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음식은 없다. '음식 만들고 서비스하는 일'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게 설정된 건 아닌가 묻게 된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기도 한다. 도쿄나 뉴욕에서는 한식을 주제로 한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이 생기고 인정받지만 정작 본토인 한국에서는 한식의 품질(品質)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손님을 잘 대접하고자 하는 마음'은 생략하고 잊어도 되는 것이 아닌 음식업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