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의 21세기폭스가 ‘아메리칸 아이돌’ 제작사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손잡고 세계 최대 TV방송 제작업체를 세우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각) 두 합작사가 가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 설립될 방송제작사의 회사가치는 20억달러(약 2조5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합작 계약이 확정되면 21세기폭스가 보유한 방송제작사 샤인그룹이 아폴로가 대주주인 방송제작사 코어미디어, 엔데몰과 함께 TV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샤인그룹은 인기 요리 경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등의 제작사로 유명하다. 이 프로는 한국판이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코어미디어는 현재 13번째 시즌까지 방영된 ‘아메리칸 아이돌’ 시리즈로 유명하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우리나라의 ‘슈퍼스타 K’와 ‘K팝 스타’ 등의 원조격인 신인 가수 발굴 프로그램이다. 엔데몰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빅 브라더’를 통해 알려진 방송업체로, 리얼리티쇼 제작에 강하다.
FT는 이번 계약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21세폭스와 아폴로의 합작사가 드라마 제작을 확대하는 한편, 케이블방송과 온라인방송 등 디지털시장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1세기폭스는 “여러 조건들을 논의하고 사전 합의도 이뤄졌지만, 계획이 반드시 이행될 것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다”며 아폴로와의 합작 관련 계약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국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샤인그룹과 엔데몰의 매출은 각각 5억1000만파운드(약 8800억원), 10억파운드(약 1조7200억원)다. FT는 두 회사의 매출 규모를 비교하면, 21세기폭스가 자금을 추가로 투자하지 않는 한 아폴로가 합작사의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21세기폭스의 모기업인 뉴스코퍼레이션은 샤인그룹을 루퍼트 머독의 딸인 엘리자베스로부터 3년 전 34억유로(약 4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뉴스코퍼레이션의 일부 주주들은 “걷잡을 수 없는 족벌주의”라고 비난하며 인수계약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업계 관계자들은 21세기폭스가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샤인그룹 운영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폴로는 지난 2012년 엔데몰과 코어미디어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엔데몰의 공동창업자인 존 데 몰의 반대 때문에 포기했다.
FT는 샤인그룹과 아폴로의 합작 방송제작사가 출현하면 케이블과 온라인방송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 초에는 미국 1위 케이블방송사인 컴캐스트가 2위 업체인 타임워너케이블을 인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