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들을 초빙해 학생들이 굳이 유학 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외국의 인재가 우리나라로 유학 오는 건 그다음 목표고요. 제가 낸 돈으로 짓는 연구센터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더없이 행복하겠죠." 매출 2500억원 규모의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민남규(67) 자강산업 회장의 말이다. 고려대 농화학과 66학번인 그는 지난달 모교에 5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액수도 액수지만 기부자와 대학이 매칭 형식으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점도 특이하다. 민 회장이 5년간 매년 10억원씩 기부하면 고려대도 비슷한 금액을 투자한다. 이 돈으로 'KU-오정 에코리질리언스센터'를 만들어 원전 사고나 기후 변화 등에 대비한 생태 복원 전략을 연구하게 된다.

"창업한 지 벌써 40년이나 됐네요. 줄곧 플라스틱을 만들면서 '플라스틱은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는 제품'이란 믿음이 생겼죠. 이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고 환경오염도 막느냐가 화두입니다."

민 회장은 주변에선 잘 알려진 '기부 전도사'다. 판소리를 즐길 정도로 문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해 전부터 문화·예술인들을 후원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0)씨의 학비와 콩쿠르 비용을 지원한다. 산악인 고(故) 박영석씨 역시 그의 후원을 받은 적 있다. 한국으로 유학 온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의 학비를 대주고, 어려운 후배들도 여럿 돕고 있다. 하지만 그는 "뭐 그런 것까지…"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이렇게 기부하는 가장 큰 동력은 가족들의 지지입니다. 아내도 사업가인데 나보다도 통 크게 내는 때도 있어요. 기부 약정을 맺고 집에 왔는데 손주가 달려와 '할아버지 최고!'라며 안기더라고요. 이러니 더 힘이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