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소유주인 유병언씨가 세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는 15일 성명을 내고 "세월호 침몰 책임은 청해진에 있지만 승객 사망의 책임은 (구조하지 못한) 해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는 세월호 참사(慘事)를 야기한 유씨 일가(一家)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사고와 직접 관계없는 별건(別件) 수사, 불공정 수사"라며 "종교 탄압하지 말라"고 했다. 언론이 유씨와 자신들을 놓고 마녀사냥을 벌이고 있다고도 했다.

세월호 승객 수백 명이 바다로 가라앉는 순간 팬티 차림의 선장이 해경 구조선에 몸을 싣는 장면을 구원파 신도들도 보았을 것이다. 청해진해운 선원·직원들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승객들에게 탈출하라고 알리거나 구조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해놓고서 화물 적재량 기록을 줄이려고 증거 조작을 했다. 선원 신분을 숨기려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사람도 있었다. 청해진해운은 화물 최대 적재량의 세 배 화물을 실었고, 그 화물들을 제대로 묶어놓지도 않았다. 이런 걸 다 알면서도 청해진해운이 승객 사망과는 관계없다니 그들은 어느 세계에서 온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검경 합동수사팀은 지금 종교 단체를 수사하는 게 아니라, 해운사를 세워놓고 온갖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 계열사들에서 회사 돈을 제멋대로 빼돌린 청해진해운 소유주와 일가족을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원파 신도들은 경기 안성시에 있는 자신들의 본부 격인 금수원 출입문에 '헌법 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신도 수백 명은 거기서 '순교도 불사하겠다'며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 종교를 방패 삼아 청해진해운 비리를 덮어보겠다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민주 국가에서 어느 종교를 믿든, 어떤 교리(敎理)를 따르든 그건 개인 자유이다. 그러나 교인들이 단체 행동을 통해 사회 공동체의 약속인 법의 집행을 막는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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