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이준석(69) 선장, 강원식(42) 1등 항해사, 김영호(47) 2등 항해사, 박기호(54) 기관장 등 4명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수사 초기와 달리 관련자들을 조사할수록 이 4명이 '고의(故意)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외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합수부는 먼저 선박 운항과 승객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준석 선장과 1·2등 항해사가 승객들에게 탈출 안내 방송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자신들이 먼저 구출되도록 하기 위해 옷부터 갈아입고 배를 버려 희생자 규모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제복을 입고 있으면 먼저 구조될 수 없음을 알고 미리 옷을 갈아입은 점 ▲갑판에 모여 있던 30여분간 승객 대피를 협의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자신들 구조에만 몰두한 점 ▲진도 관제센터(VTS)와 교신하면서 해경 함정이 오는 것을 알고 구조를 기다린 점 ▲승객들에게는 "선실에서 대기하라"는 방송만 한 뒤 선원 박지영(22·사망)씨가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러 차례 묻는데도 대답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 이들이 승객 구조 의무를 고의로 저버린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특히 대피령을 내릴 수 있는 방송 장비, 무전기, 비상벨 등 장비가 충분했고 이 장비들이 정상 작동했는데도 활용하지 않았다. 특히 진도 관제센터가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착용시켜라"고 지시하자 "방송이 고장 났다"고 1등 항해사 강원식씨가 답변한 데 대해 합수부는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해상법 전문가인 김현 변호사는 "선장과 선원들은 마치 짠 듯이 선내 방송, 비상벨, 무전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육지에 내려서도 무전기로 대피하라고 명령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육지에서도 신분을 속인 것은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제복을 입고 있었다면 선원법에 따라 가장 늦게까지 배에 남아 있어야 하고, 승객들에게 대피령을 내릴 경우 갑판 위로 승객이 쏟아져 나오면 자신들이 구조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그래서 승객들의 사망 위험을 외면한 '미필적 고의'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14일 밤까지 집계된 세월호 사망자 281명과 실종자 23명을 살인죄의 '피해자'로 특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사들과 함께 자신들만 아는 통로로 탈출한 박기호 기관장에 대해선 통로에 부상당해 쓰러져 있던 조리실 직원 2명(현재 실종 상태)을 외면한 행위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에선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이 "당시 배가 너무 기울어져 선원들도 움직이기 힘들었다"면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옷을 갈아입을 시간에 승객 대피 안내라도 했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에서는 막판에 "무죄가 나더라도 일단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 보자"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미필적 고의와 부작위 살인
나의 행위로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 어떤 행동이 실행되면 작위, 실행되지 않으면 부작위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구조를 실행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를 가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