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취약한(fragile) 5개국이 아니라 굉장한(fabulous) 5개국이다.'
작년 신흥국 금융위기설(說)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금융시장으로 다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증시는 상승하고, 미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는 연일 오르고 있다.
◇5개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 유턴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인도 증시로는 외국인 자금이 56억9667만달러 들어왔다. 인도네시아 증시로는 28억9363만달러, 브라질 증시 22억8263억달러, 남아공 증시 16억1556만달러, 터키 증시 11억4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덕분에 5개국 증시는 올 들어 평균 6.8%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1.9%, 신흥국 전체 증시가 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률이다. 미 달러화와 비교한 화폐가치도 올랐다.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신 5개국 통화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불과 1년 전과는 180% 바뀐 분위기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작년 6월 양적 완화 축소 계획을 밝히자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5개국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 국가들을 묶어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깨지기 쉬운 다섯 나라)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왜? "美국채금리 하락·캐리트레이드 수요 늘어"
5개국에 다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금리 하락 ▲캐리트레이드 수요 증가 등을 꼽는다.
①국채 금리 하락
미 국채 금리(만기 10년물 기준)는 작년 말 3%를 넘었다(국채 가격 하락). 2011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연준이 조만간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연초 1~2%대에서 거래되던 국채 금리는 연일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미 국채 금리는 2.5~2.6%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폭설 때문에 1분기 미국 경제지표가 작년에 이어 부진했고 옐런 연준 의장이 취임한 이후 양적 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그동안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 갔던 돈이 급격히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 일찍이 신흥국 투자에서 발을 빼는 투자자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런 흐름이 주춤한 분위기다.
②캐리트레이드 수요 증가
최근 5개국 국가에 대한 캐리트레이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란 미 달러화처럼 금리가 낮은 국가의 화폐를 빌려 고금리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 방식이다.
올해 초 5개국 중앙은행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기준 금리를 올렸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1월 말 기준 금리인 1주일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를 4.5%에서 10%로 배 이상 올렸고 브라질 중앙은행은 9개월 연속 인상해 기준 금리가 11%다. 남아공, 인도의 기준 금리도 올 들어 인상됐다.
이 때문에 작년 한 해 급격히 떨어졌던 5개국의 화폐가치는 안정되고 있는 반면 미 달러화는 다른 선진국과 신흥국 통화에 비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하는 국가의 화폐가치가 오를수록 캐리트레이드 투자자들은 이득을 본다.
◇해외투자은행 "당분간 지속" vs. "투자 신중해야"
이 국가들은 취약 5개국이란 오명을 완전히 벗게 되는 걸까. 해외투자은행(IB)의 의견은 분분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신흥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미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기 때문에 최근 신흥국 금융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장기 추세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F5(fragile five·깨지기 쉬운 다섯 나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5개 통화를 일컫는다.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 계획을 밝힌 이후 이 국가들의 화폐가치가 단기간에 10% 이상 떨어지자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붙인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