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최초의 프리미어리거이자 '두 개의 심장을 지닌 사나이' 박지성(33)의 인생 2막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차범근 이후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였던 박지성은 14일 경기도 수원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며 현역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 날 부친 박성종씨, 모친 장명자씨와 함께 한 박지성은 "은퇴를 결정한 시점은 지난 2월이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더는 지속적으로 축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수술을 할 수도 있었지만 회복시간이 너무 오래걸리고 100% 완쾌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남은 선택은 은퇴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이로써 올 시즌을 끝으로 프로생활 14년을 포함한 축구인생 24년을 마감하게 됐다.
1981년 2월25일 태어난 박지성은 수원 세류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었다. 6학년 때인 1993년 세류초를 전국대회 준우승으로 이끌며 차범근 축구대상을 수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안용중을 거쳐 수원공고에 입학한 박지성은 작고 왜소한 체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 박성종씨가 개구리즙 등 각종 보양식을 먹여 1년 사이 158㎝에서 170㎝로 자란 일화는 유명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박지성을 받아주는 K리그 팀과 대학 팀은 없었고 수원공고 이학종 감독의 도움으로 김희태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명지대학교에 1999년 입학하게 된다.
명지대 시절 박지성은 축구부가 전지훈련을 간 울산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갖게 되고 이것을 계기로 허정무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눈에 띄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박지성은 2000년 4월5일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린 라오스와의 2000 아시안컵 1차 예선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박지성은 명지대를 휴학하고 J리그 교토 퍼플상가(현 교토상가)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위권이던 소속 팀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린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 빛을 발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발탁으로 월드컵 대표팀에 가세한 박지성은 본선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포르투갈전에서 왼발 슛으로 한국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이끌었고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지성은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과 함께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하며 유럽에 진출했다.
박지성은 팀 적응 초기 잦은 부상으로 부진,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기도 했으나 팀의 주축들이 대거 이탈했던 2004-2005 시즌 노력 끝에 PSV의 간판이 됐다. PSV의 팬들은 박지성의 네덜란드식 발음인 '위쑹빠르크'를 연호했고 그의 응원가는 이미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졌다.
박지성은 유럽챔피언스리그 AC밀란과의 4강 2차전에서 전반 9분 첫 골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팀은 원정 다득점 규정에 따라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 때의 활약으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눈에 띄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향하게 됐다.
히딩크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박지성은 2005-2006 시즌 무난한 활약을 보였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무릎 부상 등으로 팀에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07-2008 시즌에는 박지성이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엔트리에 오르지 못하며 국내 축구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한국 축구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1 아시안컵에서도 주장으로 나서 우승에 도전했으나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해 3위로 마무리했다. 박지성은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박지성은 2012년 7월 맨유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했다. 2012-2013 시즌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지만 QPR은 챔피언십(2부 리그)로 강등됐다.
박지성은 2013년 8월 PSV 아인트호벤에 임대 이적하며 네덜란드 무대로 복귀했다. 아인트호벤에서 선수로 함께 뛰었던 필립 코쿠 감독은 박지성이 축구선수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했다.
PSV는 리그 4위로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박지성은 지난 4일 홈에서 열린 NAC 브레다와의 경기에서 팬들의 응원과 박수 속에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는 최종전을 펼쳤다.
한편 올해 초에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의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합류를 희망하기도 했지만 박지성은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해 월드컵 출전은 불발됐다.
박지성은 축구인생 동안 축구로 거둔 성과 외에도 국민적 인기를 끌며 각종 홍보대사만 20여개를 맡았다. 박지성은 A매치 100경기 출전에 13골을 기록했다.
그는 차범근 SBS 해설위원 이후 유럽축구계에 한국 축구의 힘을 분명하게 알린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