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저녁. 전남 목포 서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구조 대책 회의가 열렸다. 두 시간 뒤 내놓은 결과물은 "인명을 신속하게 구조하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게 없었다. 회의를 지켜본 한 고위 관계자는 "해양 사고와 구조 작업, 현지 사정 등을 전혀 모르는 장관들에게 '기초 지식'과 현장 상황 설명하느라 한 시간 가까이 소비됐다"며 "30분 정도는 해난·구조·잠수 관련 전문 용어를 설명하느라 지나갔다"고 전했다. 회의장에 있던 실종자 가족 대표는 "책임자는 구조 현장을 지휘하고, 장관들은 필요한 지원을 해줘야 할 회의에서 도대체 뭐 하는 거냐"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한 자리에 평균 1년 근무
공무원의 전문성, 특히 위기 상황에서 나오는 상황 대처 능력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공직 구조는 그와 반대로 운영된다. 공무원 임용령 45조는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막기 위해 2급 이상(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은 한 자리에 최소 1년 이상, 3·4급(과장급)은 1년 6개월 이상, 과장급 미만은 2년 이상 머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문성을 쌓기 힘든 너무 짧은 재임 기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평균 한 보직에서 고위공무원단은 1년 안팎, 과장급은 1년 2개월, 5급 이하 공무원은 1년 8개월 정도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행정부의 '2012년 인사 통계'에 따르면 5급 이상 공무원은 평균 1년도 안 돼서 보직을 옮긴 경우가 36.5%였다. 2년 미만을 기준으로 하면 76.0%가 보직을 옮겼다. 이런 인사에 대해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유착 또는 비리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꽃보직'을 돌아가면서 하려다 보니 자리를 자주 옮기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를 'Z자(字)형 보직 이동'(그래픽)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5급 공무원 중에서도 '꽃보직'과 '한직(閑職)'이 있다면 처음에 승진한 사람은 일단 한직으로 간다. 그러다 좋은 자리가 나오면 한 자리씩 평행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사무관·서기관급에서만 여러 차례 보직 이동을 하게 되고 그만큼 전문성은 떨어지게 된다.
◇일이 험한 자리, 현장 근무 기피
특히 비인기 보직은 다들 빨리 떠나려다 보니 전문성이 더 떨어지게 된다. 이번에 세월호 사고와 같은 일을 다뤄야 할 '재난 업무' 보직이 대표적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재난 업무 자원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전문성이 더 강해야 하는 자리지만 평균 근무 기간은 더 짧아진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이 최근 공개한 '안전관리본부 공무원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안행부 5급 이상 일반직 1081명 중 333명(30.8%)만이 재난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안행부에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안전관리본부 소속 공무원 134명조차도 재난·안전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은 79명(59.0%)에 그쳤다.
전문성 축적에 필요한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풍조도 문제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실이 파악한 해경의 경감 이상 간부 716명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경 파출소 근무 경험이 전혀 없거나 1년 미만인 간부는 476명(66.5%)이었다. 경무관급 이상 간부 14명 중 1000t급 이상 경비함 함장을 지낸 간부는 아예 없었다.
미국 코스트가드(Coast Guard·해안경비대)의 로버트 팝(Robert J Papp) 사령관은 1975년 해안경비대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경비함 여섯 곳에서 근무했고 그중 네 번은 함장을 맡았다. 이에 비해 1996년 경찰에서 독립한 우리 해경에선 역대 13명 청장 가운데 함정 근무 경력자는 한 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