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때부터 58년간 친구로 지내온 남자 넷이 라스베이거스에 모인다. 서른두 살짜리 여자와 결혼을 하는 빌리(마이클 더글러스)의 총각파티를 위해서다. 실버타운에서 지루한 삶을 보내는 샘(케빈 클라인)과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패디(로버트 드니로), 아들의 과보호가 답답한 아치(모건 프리먼)는 그곳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탈을 즐긴다.

일흔이 된 남자 넷이 환락의 도시에서 어울려 노는 '라스트 베가스'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꽃보다 할배'의 할리우드판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특급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비키니 콘테스트의 심사위원을 하고 젊은이들을 모아 성대한 파티를 연다. '노인판 섹스 앤 더 시티'라고 할 만큼 노년 판타지를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70세,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고령화 사회를 겨냥해 만든 ‘라스트 베가스’.

샘의 아내는 총각파티에 가는 남편에게 비아그라와 콘돔까지 챙겨주지만, 샘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젊은 여자의 유혹을 뿌리친다. 네 남자는 안전한 선 안에서만 일탈을 하고, 영화도 딱 그만큼 진부하다.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치고 이렇게 인생에 대한 통찰이 없는 영화도 드물다.

이 영화를 어버이날 개봉한 것은 영리한 처사다. '어디 한번 잘 놀아보자'는 취지로 만든 이 영화는 쥐꼬리만 한 연금 또는 어버이날에 겨우 전화를 거는 자식에 대한 고민 따위를 잊게 해준다. 오랜만에 전화해서 "알려줄 소식이 있다"는 친구에게 "혹시 전립선 수술을 하느냐"고 묻고, "서른두 살짜리 여자랑 결혼한다"는 말에는 "내 치질이 서른두 살이네"라고 대꾸한다. 나이에 대한 자조 섞인 유머가 계속 나오는데, 눈살 찌푸리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면서 속 시원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스무 살짜리 손자와 일흔 살 할아버지가 같이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주인공 네 명의 전작(前作)들을 다 합치면 300편이 넘는다. 이들은 각자 갖고 있는 고유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캐릭터를 맡았다. 마이클 더글러스는 젊은 여자와 결혼하는 부유한 변호사, 로버트 드니로는 한 주먹 하는 다혈질, 모건 프리먼은 젊은이에게 장난기 어린 조언을 해주는 퇴역 군인이고, 케빈 클라인은 능글맞은 바람둥이다. 안전한 캐스팅이면서도 이탈리아 장인(匠人)의 맞춤 양복 같은 연기가 우아하고 편안하다. 8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