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정조 이산(현빈)이 대신들을 모아놓고 중국 유교경전인 '예기 중용 23장'에 대해 아는 이가 있는지 묻는다.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정조는 자신을 곁에서 보필하는 내시 상책(정재영)에게 묻는다. 그러자 상책은 잠시 머뭇거린 뒤 다음과 같이 또박또박 읊어 나간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무릇 검(劍)을 손에 든 자는 두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검은 날카롭다. 살아있는 무엇이든 쉽게 벨 수가 있다.

하여 만약 그 대상에 차별을 두지 않고 휘두른다면 검은 쉽게 살인병기가 되고 그는 살인자로 전락하고 만다.

자신만을 위해서 휘두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검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할 때 타인은 모두 적이 된다.

자칫하면 모두를 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 바로 누군가를 죽이는 데만 사용하는 '살법(殺法)'이다.

반대로 대상에 차별을 두고 벌을 받아 마땅한 이에게 휘두른다면 검은 정의(正義)가 된다.

그것은 곧 자신보다는 타인 혹은 전체를 위해 휘두르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모두를 살리는 데 사용하는 '활법(活法)'이다.

권력은 검과 닮았다.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같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살릴 수 있다는 것도 같다. 권력의 행사도 엄연히 '살법'과 '활법'이 존재한다.

조선 22대 왕으로 개혁과 통합의 상징인 정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은 그의 집권 초기 단 하루가 시간적 배경이지만 그 하루 동안 실로 엄청난 칼부림이 난무한다.

당시 노론과 소론의 당파싸움 속에서 정조는 끊임없는 암살위협을 받게 되는데 영화는 정조 즉위 1년 만에 노론벽파 주도로 실제 일어났던 '정유역변'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정조가 그들로부터 암살위협을 받았던 데는 그가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의 아들이었기 때문.

사도세자의 죽음에 적극 가담했던 노론벽파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가로막았고, 즉위 후에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끊임없이 역모를 꾀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점은 왕으로서 정조의 인물 됨됨이. 역사적으로도 분명한 사실은 그가 태평성대를 열었던 세종에 버금가는 임금이었다는 것.

다만 에서는 정조의 무예능력이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이 조금 눈에 거슬릴 수 있다. 영화에서 정조(현빈)는 당시 조선 최고의 자객 을수(조정석)와 맞먹는 검술을 선보이며 자신을 보호한다.

영화 초반 정조가 근육질 몸매를 선보이며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장면은 차라리 애교다.

하지만 똑같이 검을 휘두르지만 을수와 정조의 그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을수는 당시 권력을 독점하고 대상인과 대지주의 이익을 대변하려 했던 노론의 사주에 의해 왕까지 죽이려 했던 인물. 한 마디로 그가 구사하는 검술은 '살법(殺法)'이다.

애시 당초 그는 나쁜 권력에 의해 살인병기로 길러진 불쌍한 인물이다.

반면 비슷한 실력의 검술을 선보였던 정조는 이용후생(利用厚生: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함)의 마인드를 가진 어진 임금이었던 것.

비록 역사적인 팩트(사실)는 아닐지라도 영화 속에서 그가 검을 휘둘렀던 것은 스스로 살기 위함도 있지만 소위 '작은 것'들을 무시하는 이들을 응징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곧 영화 속에서 정조가 강조했던 예기 중용 23장에 나오는 '생육(生育)'을 위함이었다. 바로 '활법(活法)'이다.

영화 속에서 권력의 정점에 선 정조의 활법은 끝까지 이어진다.

1777년 7월28일 정유역변을 무사히 넘긴 정조는 노론들의 사주에 의해 함부로 살인을 일삼았던 살수(자객) 양성소를 찾아 그들의 수괴인 광백(조재현)과 마주한다.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댄 정조를 향해 광백은 "나 하나 죽인다고 세상이 바뀔 것 같냐"고 비꼬듯 말한다.

하지만 정조는 그의 목을 사정없이 베어버리고, 상책이 읊었던 예기 중용 23장을 한 번 더 되새긴 뒤 스스로 이렇게 다짐한다.

"바뀐다. 온 정성을 다해 하나씩 베어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참고로 '역린(逆鱗)'이란 제목은 '임금의 분노'를 의미한다.

결국 이재규 감독이 에서 대왕 정조가 강조했던 '예기 중용 23장'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 같다.

"권력은 활법이어야 한다. 권력이 살법이 아닌 활법이 되기 위해서는 작은 것까지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려면 진심이어야 하고 진심이 되려면 작은 것들의 고통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밝아지고 쉽게 좋아진다."

4월30일 개봉. 러닝타임 13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