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엔 카네이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대신 흰색 마스크를 끼고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했다.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5636명(8일 오후 7시 기준)의 가슴에도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이 달렸다. 인천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양명자(여·58)씨는 "예년엔 자식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면 자랑하는 의미로 동네 수퍼라도 꼭 가곤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희생자 부모들 마음이 어떨까' 하는 걱정이 들어 카네이션도 안 받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하루 전 합동분향소 봉사자들은 유가족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도 고려했지만,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네이션 없는 어버이날'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분향소 안에선 왼쪽 구석에서만 카네이션 바구니가 하나 보였다. 단원고 학생이 아닌 일반인 희생자 영정을 모신 곳이다.
단원고 학생들 영정 앞엔 다른 특별한 선물들이 놓였다. 한 조문객은 근조(謹弔) 리본을 단 나이키 쇼핑백을 올려놨다. 쇼핑백 겉면에는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이것 놓고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왔어. 어머니가 좋은 옷 못 입혀서 널 못 만날까 봐 걱정하신다는 얘기 듣고 내가 너무 마음이 아팠어.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꼭 엄마 손잡고 얘기해 드려. 이제 괜찮으니까 울지 마시라고. 그리고 사람들을 용서해줘.' 지난달 24일 진도 팽목항 신원 확인소 앞에서 한 어머니가 "시신 건져낼 때마다 게시판에 아디다스, 나이키, 폴로 같은 메이커 상표를 입고 있다고 뜨는데, 내가 돈이 없어 우리 애에겐 그런 걸 못 사줬다. 그래서 우리 애 못 찾을까 봐 걱정된다"고 한 말이 보도된 것을 기억한 조문객의 메모였다.
한 유가족은 손때 묻은 야구공을 올려놨다. 야구공에는 '내 아들 ○○아. 16년 5개월 짧지만 아들 땜에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마워 미안하고 사랑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단원고 근처 꽃집에선 카네이션을 가격별로 내놨지만 찾는 이가 드물었다. 가게 주인은 "작년 어버이날엔 수업을 마친 애들이 우르르 뛰어나와 용돈을 털어 꽃을 사가곤 했다"며 "올해는 그 모습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