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북유럽 건축과 디자인'전을 관람했다. 북유럽의 실내 디자인과 공공시설을 보여주는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교 건축' 파트였다.
장난쳐 놓은 듯 휘어지고 구부러진 노란색 건물, 동화책에 나온 통나무집 같은 어린이집 영상을 보면 "여기 학교 맞아?" 하고 질문하게 된다. 실제 노르웨이의 한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에는 의자 색깔이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으로 다 다르다. 건물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 같다. 전시된 학교 중에는 대한민국 학생과 세계 1·2위 학력(學力)을 다투는 핀란드 학교가 있고, 창의적 교육으로 앞서 가는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의 교실이 있다. 북유럽 학교를 취재할 때 느끼는 것은 교장실은 우리보다 작아도 건물이 하나같이 특색 있고 시설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집보다 좋은 학교'가 그들이 추구하는 학교 모델인 듯하다.
서울시는 올 초 '고급스러운 화장실 10곳'을 소개하는 보도 자료를 냈다. 자작나무로 벽면을 꾸민 아늑한 공간, 친(親)환경 LED 조명, 출입구와 벽면을 장식한 그림, 화장실 안에 흐르는 클래식 음악…. 우리 사회의 공공시설이 몇 년 새 몰라보게 좋아진 건 틀림없다. 외국인들이 한국 지하철역의 화장실 시설을 호평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유독 잘 바뀌지 않는 곳이 있다. 학교 공간이다. 전국 1만1000여 초·중·고교 대부분이 일(一)자형이나 기역(ㄱ)자형 건물 배치에 똑같은 교실 구조와 크기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 인재를 이런 획일적 공간에서 키운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런데 학교 건물이 무미건조하다고 불평할 때가 아니었다. 지난 1일자 본지 1면에 실린 '기울어진 학교 복도와 깨진 교실 바닥' 사진을 보면서 "여기 학교 맞아?"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 학교 건물은 1960년대 중반에 지었다고 한다. 건물이 오래됐다고 문제는 아니다. 보수하고 잘 사용하면 역사적 건물이 된다. 영화 '해리 포터'의 촬영 장소로 사용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크라이스트 처치는 수백 년 된 건물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 건물 상당수는 위험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전국 133개 학교 건물이 재난 위험 시설로 분류돼 있다. 현행법상 재난 위험 시설은 서둘러 보수하거나 건물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사진 속 학교 건물은 2008년 서울시교육청 시설 감사에서 재난 위험 시설로 분류됐지만 공사 없이 사용 중이라고 한다.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핀란드 학생을 제치고, 스웨덴·노르웨이 학생보다 성적이 좋다고 기뻐해야 하나.
올해 교육부 예산이 54조원이다. 사진 속 학교가 재난 위험 시설로 지정된 2008년 교육부 예산은 35조원이었다. 6년 만에 교육 예산은 20조가 늘었는데 그 돈은 어디로 다 흘러간 것일까.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권이고, 한국 학생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하는데 '지하철역보다 못한 교육 현장'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