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체장애인이 세월호 성금으로 보내온 돼지저금통 세 개와 동전이 담긴 비닐봉지. 이 안에는 총 22만3470원이 들어 있었다.

"제 노령연금을 모은 돈인데,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위해 써주세요. 금액이 적어 미안합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1동 주민센터에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힌 60대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섰다. 할아버지는 꼬깃꼬깃하게 접은 흰색 종이봉투를 직원에게 내밀고는 사라졌다.

직원이 봉투를 열어보니 손때 묻은 1만원짜리 20장이 들어 있었다. 직원이 얼른 할아버지를 쫓아가 이름과 거주지를 물었지만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밝히기를 거절했다.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성금 모금을 하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는 15일 동안 20만3319곳에서 총 33억5532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운동선수나 연예인, 기업인 등 유명인들이 보낸 성금 54건을 제외한 20만3265건이 초량동 할아버지처럼 우리 이웃 주민들이 1만~2만원씩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보탠 것이다.

지난 29일엔 가로 50㎝, 세로 30㎝가량의 큰 사과박스에 100원, 50원, 10원짜리 동전이 가득 든 노란색 봉지가 배달됐다. 주소는 전북 고창군 고창읍 호암마을이었다. 다른 이름과 전화번호도 없었다. 상자 안에는 A4용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편지가 한 장 담겨 있었다. '며칠 전 뉴스를 보고 있는데 세월호라는 큰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10년 동안 모은 동전을 보냅니다.'

지난 28일엔 자신을 지체장애인이라고 밝힌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돕고 싶은데 몸이 불편해 분향소에 가지 못했다"며 "대신 저금통을 보낼 테니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큰 돼지 저금통 3개와 동전을 담은 비닐봉지 1개에 동전 22만3470원을 담아 보냈다.

근로자의 날에도 줄잇는 세월호 희생자 조문 행렬… 근로자의날인 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문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자신의 4월달 급여 전액을 보내온 현직 경찰관도 있었다. 지난 26일 포항북부경찰서 역전파출소에 근무하는 최진 경위는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또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며 월급 340여만원을 고스란히 입금했다.

뉴질랜드에서 유학 중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1년 동안 모은 용돈이라며 뉴질랜드 대사관을 통해 44만원을 보내왔다. 이 초등학생은 함께 동봉한 편지에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은 저희 세대의 희망이지 않나'며 '딸·아들을 기다리는 분, 슬픔에 잠긴 모든 분, 구조 중인 분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 1년간 모은 용돈을 기부한다'고 적었다.

지난 25일엔 경북교도소 수감자가 4년의 수감생활 동안 모은 돈을 보내고 싶다며 편지를 보냈다. 그는 '제가 있는 이곳에서도 숙연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며 '한 달을 일해도 수당이 1~2만원밖에 안 돼 큰돈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고 썼다.

희망브리지 측은 후원 계좌번호를 적은 답장을 보냈고, 며칠 뒤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그가 말한 것과 비슷한 금액의 돈이 계좌에 입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