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유럽 기업 사냥 공세가 줄잇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넘쳐나는 현금성 자산을 앞세운 미국 기업들이 사업 확장과 절세 전략 차원에서 유럽 알짜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美 기업의 왕성한 '식욕'
금융·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표된 100억달러(약 10조3000억원)가 넘는 글로벌 인수합병(M&A) 건수는 모두 16건으로, 2007년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 유럽 회사를 사들인 경우. WSJ는 지난 한 주간 미국 기업이 유럽 업체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1150억달러(약 118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영국 2대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600억파운드(약 104조5000억원)에 다시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영국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다.
570억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프랑스 ‘국민 기업’으로 꼽히는 알스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GE는 알스톰의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력 사업 부문을 130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미국 제약업체 엘리릴리도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동물의약품 사업 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 제약사 밀란은 스웨덴 제약업체 메다를 6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메다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절세 효과는 '덤'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절세 효과 때문. WSJ는 "최근 인수합병 시장이 뜨거워진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인수한 뒤 본사를 해외로 옮겨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기 때문"라고 분석했다.
GE가 외국 현지법인에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을 동원해 알스톰 인수에 나서는 것도 절세 차원의 인수라고 M&A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화이자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도 조세 회피 목적이란 시각이 부각되고 있다. 화이자는 인수합병 조건 중 하나로 인수 후 영국에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당장 미국 정치권은 “미국 기업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에 세금을 내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두 나라 간 정치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 넘쳐나는 현금
미국 기업 곳간에 넘쳐나는 넉넉한 현금은 M&A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표 주가지수 중 하나인 러셀3000지수(시가총액 기준 미국의 3000개 대기업 주가를 산정한 지수)를 구성하는 2300개 미국 기업(금융업 제외)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 21일 현재 2조200억달러(약 2080조원)에 이른다. 1년 전에 비해 13% 늘었다.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2조100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비금융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6400억달러(약 170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또 미국 기업들이 자국에서의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보유액만 1조달러(약 1030조원)에 육박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