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50~161)="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란 경구(警句)는 야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구 상에서 시행되는 모든 승부에 적용된다. 이겼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은 이성(理性)을 마비시키고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 악성 바이러스다. 멀리 갈 것 없이 앞서 2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우승이 눈앞에 어른거리면서부터 퉈자시는 냉정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필승의 바둑을 역전패했다. 이 바둑에선 그같은 악몽을 떨치고 안전하게 골인할 수 있을까.
흑이 ▲로 단수쳐 온 장면. 백이 참고 1도 1 이하로 움직여도 6까지 중앙 흑을 잡는 수는 없다. 150부터 154까지는 기분 좋은 회돌이. 천원 부근 흑 4점을 수중에 넣고 158로 넘어선 더 해볼 데가 안 보인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전날의 '역전 망령'이 또 한 번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160이 문제의 한 수. 참고 2도로 처리했으면 흑은 몇 수 더 두다 돌을 거뒀을 것이다. 160 단수를 무조건 선수(先手)라고 생각한 것이 백의 심각한 오판. 흑이 4점을 잇지 않고 161로 끊는 순간 바둑은 예기치 않은 막판 회오리 속으로 빠져든다. '때 이른 샴페인'이 치러야 할 죗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