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의혹 투성이다. 침몰한 세월호의 운영선사인 청해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계열사, 교단(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사이의 자금흐름을 둘러싸고 나오는 이야기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회장 일가와 관계기업, 구원파 사이에 부적절한 돈거래가 이어져 온 것으로 보고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6일 오후 청해진해운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사무실 등 4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앞서 23일에는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 사무실과 유 전회장의 서울 염곡동 자택, 구원파 수련원으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금수원 등 15곳을 압수수색했다. 24일에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의 경리 A씨를 소환해 10시간여에 걸쳐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했고, 25일에는 고창환(67) 세모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 외에도 세모그룹에 근무하다 퇴직한 인물과 신협 관계자 등을 소환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회장 일가와 계열사, 교단 사이에서 움직인) 돈의 흐름과 이를 둘러싼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진술을 듣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유 전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사들의 경영자금으로 구원파의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 전회장의 장남 대균(44)씨가 최대주주인 주택 건설·분양 회사 '트라이곤코리아'에 수백억대의 운영자금을 장기 대여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신도들에게 '성전 건립'을 빌미로 헌금을 받은 뒤 트라이곤코리아가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도록 대출해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대출금의 이자율은 연 6.78%다. 이 회사가 협동조합 4곳과 저축은행 1곳에서 대출을 받으며 약정한 이자율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갚아야 할 대출금은 259억 가량이다.
구원파로부터 대출을 받은 트라이곤코리아는 역으로 유 전회장의 처남인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와 동생 병호(61),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수십억원을 빌려줬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또 유 전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소시지 가공업체 에그앤씨드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제공한 토지를 바탕으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소시지 가공사업에 나섰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의 돈이 계열사를 거쳐 유 전회장 일가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교단의 돈이 사업자금으로 쓰이는 것 뿐만 아니라 계열사끼리의, 혹은 계열사와 영농조합 사이의 수상한 자금 흐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트라이곤코리아는 259억원의 대출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영상, 온지구, 금오산맥2000 등 여타 계열사의 지분을 49억원 어치나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5억2000만원 중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올렸다. 명목상 '컨설팅 비용'인 매출은 다판다(건강식품판매)와 천해지(조선플랜트), 문진미디어(도서출판제조업) 등 계열사들로부터 챙겼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회장 일가의 '자금줄'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세모신용협동조합으로부터 지난해 5000만원을 빌렸고, 다판다로부터는 7800만원을 차입했다. 그러면서도 천해지의 은행 대출금과 관련해 42억원대의 지급보증을 섰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천해지는 유 전회장의 해외 사진 전시를 총괄하는 아해 프레스 프랑스(AHAE PRESS FRANCE)에 19억4500만원을 빌려줬다.
청해진해운도 유 전회장의 사진작품 판매 사업을 해온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에 5억5000만원을 출자했다.
문진미디어도 국제영상 지분을 3억6000만원 어치 가지고 있고, 세모도 5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세모신협은 아이원아이홀딩스 뿐만 아니라 여타 관계사에 수시로 장단기차입금을 대여해줬다. 세모에는 2012년과 지난해를 합쳐 16억3500만원을 빌려줬다. 문진미디어에는 2011년 3억원을, 다판다에는 2010년 5억원을 대출해줬다.
유 전회장이 차명으로 토지를 '은닉'하는데 활용된 것으로 지목받는 영농조합법인들도 수상한 자금 흐름과 연결돼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위한 사업을 목표로 설립된 '청초밭영농법인'. 이 법인은 제주 서귀포 일대에 990만㎡에 달하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이 땅을 담보로 지난 2011년 시중은행으로부터 540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러나 이 땅의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은 유 전회장의 계열사인 온나라도 제2금융권에서 이 땅을 담보로 26억원을 대출받아 역시 의혹을 사고 있다.
경북 청송군에 있는 보현산영농조합은 청송·군위군 일대의 임야와 전답 900만㎡를 관리한다. 이들 중 339만㎡는 대균씨와 혁기씨의 땅이다. 보현산영농조합에는 아해와 다판다가 각각 6억원씩을 투자해 지분 27.3%를 갖고 있다.
전남 보성군에 녹차밭 15만㎡를 소유한 몽중산다원영농조합의 대표는 대균씨와 혁기씨다.
유 전회장 일가가 계열사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이들 영농조합 명의로 숨겨뒀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검찰은 이 밖에 유 전회장 일가가 페이퍼컴퍼니 3곳을 통해 수년간 200억원 이상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와 SLPLUS, 키솔루션 등 3곳이 최근 7~8년간 세모그룹 계열사 수십곳으로부터 컨설팅비용과 고문료 명목으로 20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청해진해운과 관계회사의 자금 흐름과 관련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구원파 등) 종교단체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다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