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국정쇄신용 개각의 시기와 폭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당장 다른 장관들까지 줄사퇴하기 보다는 '일단 총리 사퇴로 사태를 진정시키고 난 뒤 내각 총사퇴를 포함해 개각의 폭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도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일부 장관들이라도 지방선거 전에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2일째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내각 전체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 총리의 사임 표명은 지난해 2월26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로 취임한 후 426일 만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되 사표 수리 시기는 참사 수습 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의 사퇴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부 여당이 어쩔 수 없이 꺼내들어야 했을 카드였다는 분석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 수습에 개각 카드만 한 게 없다는 현실론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추세도 정 총리의 사퇴를 불렀다. 지방선거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조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정 총리가 일단 '총대'를 맸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정 총리의 '나 홀로 사퇴'로 사태가 수습될 지는 미지수다. 당장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총리의 나홀로 사퇴는 무책임한 자세로 비겁한 회피"라면서 "지금 다음 총리를 위한 청문회를 열 때냐"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반성과 사죄를 먼저 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무능과 안일함 등 총체적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이 결국 내각총사퇴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 총리가 사퇴 기자회견에서 내각 총사퇴나 개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은 정 총리 혼자 사퇴를 하고 난 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후임을 정해야 하고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데 오히려 후임 장관들을 내정하는 과정에서 언론의 인사검증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지방선거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거전 내각 총사퇴'는 여당이 선택하기 힘든 카드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내각이 총사퇴 했다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에는 그 이후 국정전환 카드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정 총리가 사의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급락하고 급격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난다면 지방선거 전에라도 '내각총사퇴' 등 개각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들 수 있다.

개각 폭은 내각의 정점인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에 대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세월호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등 일부 장관들은 개각 대상 일순위로 거론된다. 그동안 여러차례 정치권으로부터 경질요구를 받아왔던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경제팀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70%를 넘보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중반까지 하락하는 등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며 "민심이 계속해서 대통령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할 경우 '청문회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대대적인 개각 카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일단 장관들이 사태 수습에 집중하도록 한 뒤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시스템 개편을 꾀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단계적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시기와 폭은 결국 민심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