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의 증거조작 논란으로 번진 '서울시 탈북 공무원 간첩 사건'의 당사자 유우성 씨가 25일 항소심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서울고등법원을 나서며 지인으로부터 장미꽃을 받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여동생에 대한 불법구금이 인정돼서 기쁘다. 인정되는 얘기 나오고 여동생과 통화했다."

25일 항소심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유우성(34)씨는 법정을 나오면서 이렇게 털어놓았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흥준)는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 리쩌우강, 유가강, 유광일…"이라는 말로 유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시작했다.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새롭게 표기된 유씨의 중국어 이름이 재판장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유씨는 침통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보다가 잠깐 고개를 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재판장은 "판결이 길어질 것 같다"며 유씨에게 앉아도 좋다고 얘기했지만 유씨는 불안한 얼굴로 계속 서 있었다.

유씨 변호인단과 출석한 검사 3명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출석한 검사 중 1명은 가끔 고개를 들어 방청석을 둘러보며 선고를 방청하는 사람들을 주시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의 표정에 변화가 생긴 것은 재판장이 "국정원이 유씨 여동생의 신체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했다, 여동생에게 불필요한 망신을 줘 심리적 위축감이 있었다,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얘기할 때였다.

변호인단 중 한 명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검사들은 표정이 굳었다.

검찰 측이 간첩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가 인정되지 않자 검사 중 1명은 결국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재판부는 "국보법상 잠입·탈출, 편의제공, 회합통신 등 점은 무죄"라는 말을 끝으로 1시간30여분에 이르는 선고를 모두 마쳤다.

중국 국적을 은폐하고 자신의 신분을 북한 공민권자인 것처럼 가장해 8500여만원의 불법 지원금을 받은 혐의(사기·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유죄로 판단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형이 선고됐지만 유씨는 비교적 밝은 표정이었다.

유씨는 법정을 빠져나오며 "여동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변호인단 역시 "1심에서부터 우리가 줄곧 주장했던 여동생 가려씨에 대한 회유 사실, 불법구금 사실 등이 인정됐다"며 비교적 밝은 얼굴을 했다.

다만 유씨 변호인단 중 천낙붕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며 상고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선고 직후 고법 앞에서 가진 짧은 기자회견에서 유씨는 "가족들이 병까지 얻는 등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며 "이 일을 계기로 조작된 간첩 사건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취재진이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는데 하실 말씀은"이라고 묻자 "북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죄송합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천 변호사는 "가려씨에 대한 불법구금, 수사기관 기망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용민 변호사 역시 "원심에 비해 진일보한 판결"이라면서도 "가려씨에 대한 폭행·협박 여부는 판단하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공판에는 유씨 변호인단은 모두 출석했으며 검찰 측은 3명만 출석했다. 이현철 공안1부장검사와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감찰을 받고 있는 이모 부장검사, 이모 검사 등은 출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