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지난 23일 미 프로야구(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경기에 앞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시간을 가진 것은 류현진(27)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다저스 홍보팀 존 채퍼 매니저는 24일 "경기 전 묵념 등 추모 행사를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류현진의 아이디어"라며 "류현진과 통역 마틴 김이 구단에 제안했고 구단도 이를 즉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다저스는 경기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moment of silence)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 국가를 부르기 전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관중이 모두 일어났고, 다저스타디움 전광판에는 실종자 가족 두 명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바닷가에 앉아 사고 해역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선발 투수로 나선 류현진을 포함한 양 팀 선수단과 관중이 함께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다저스의 장내 해설자 빈 스컬리도 경기 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말을 남겼다.

LA 다저스의 야시엘 푸이그(왼쪽)가 23일 미 프로야구(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하고 있다. 다저스타디움 전광판에 실종자 가족 두 명이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사고 해역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 가운데 팀 관계자와 관중도 침묵 속에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에는 3000∼5000명의 한인 팬이 꾸준히 다저스타디움을 찾기 때문에 이날 추모 행사의 의미는 더 컸다. 2010년 미국 인구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LA 카운티에 사는 한국계는 21만6501명이다. LA 지역 언론도 세월호 사고 관련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17일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두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모두 힘내세요"라는 위로의 뜻을 전했다. 1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는 자신의 라커에 'SEWOL 4.16.14'라는 문구를 붙여놨다. 희생자와 구조요원을 돕기 위해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지난 2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자선 사인회를 열었다. 사인회 역시 류현진이 구단에 협조를 요청해 열리게 됐다. 류현진은 "엄청난 사고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멀리서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