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7시 20분쯤 경기도 용인 지역난방공사 앞 버스정류장. 서울로 가는 5500번 일반 광역버스가 출근길 승객을 태우기 시작했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승객이 늘어 곧 좌석 40석(운전석 포함)이 꽉 찼고, 승객 21명이 복도에 섰다.

코너를 돌 때마다 승객들은 행사장 앞 '바람 인형'처럼 흔들렸다. 버스는 이들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시속 101㎞까지 속도가 났다. 입석 승객들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한 손으로 겨우 버스 손잡이를 잡았다.

지난 21일 밤 통로까지 승객을 태운 수도권 광역버스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지나는 광역버스는 좌석 수만큼만 승객을 태우도록 법(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2조)에 나와 있다. 또 모든 승객은 고속도로를 지날 때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 하지만 본지 취재팀이 서울 신논현역 일대에서 22일 아침 지켜본 결과, 문을 못 열 정도로 승객을 태운 버스들이 2~3분 간격으로 도착했다. 또 21~ 22일 수도권 출퇴근길 광역버스 10대에 올라 타보니, 버스는 평균 7~8명의 승객이 서 있는 채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전남 진도 해역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로 엄청난 희생이 난 그 순간에도 대한민국 도로 곳곳에서 광역버스는 위험천만하게 달리고, 시민들도 여전히 안전의식이 무디기는 마찬가지였다.

버스만 문제가 아니다. 매일 출퇴근길은 우리나라 '안전 불감증'의 종합 전시관 같다. 택시는 승객이 손만 흔들면 급정차하고, 뒤따르던 차는 놀라 차선 바꾸기 일쑤다. 택시에 치여 사망한 사람은 2012년 기준으로 1만대당 7명(교통안전공단 통계)이다.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가는 오토바이 사고도 운전자 가슴을 철렁하게 한다. 지난 5년간(2008~ 2012년) 오토바이 사고로 3821명이 사망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도 전체 운전자 5명 중 한 명은 "귀찮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