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의 자택과 계열사 사무실 17곳을 전격적으로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를 초(超)스피드로 진행하고 있다. 수사팀이 제대로 꾸려진 지 불과 3일 만에 압수 수색을 하는 등 어느 때보다도 유씨 일가의 비리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검찰은 목포지청의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 피해자들의 선사(船社) 측에 대한 줄소송이 예상됨에 따라, 구상권(求償權) 우선 확보 차원에서 유씨 일가가 재산을 빼돌리기 전에 재산을 묶어두고, 유씨 일가의 범법 행위를 찾아내 가급적 형사처벌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17곳… 구원파 관련 사무실도 포함

검찰은 이날 유씨 일가의 등록 재산과 은닉 재산으로 추정되는 회사와 부동산이 있는 서울과 경기도, 인천, 경남·북 등 전국에서 동시에 압수 수색을 벌였다. 이날 새벽 인천지검을 떠난 검사와 수사관 70여명은 오전 10시부터 본격 압수 수색에 들어갔고,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 종료됐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수사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서울교회에서 압수한 자료를 들고 나오고 있다.

검찰이 가장 중점적으로 확인한 곳은 청해진해운과 관계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다판다, 그리고 유씨와 두 아들의 주거지였다. 이 회사들은 유씨 일가 13개 계열사의 뼈대를 이루고 있고 두 아들은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이들의 비리와 관련된 제반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로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는 자료를 압수해왔으며 바로 압수물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압수 수색 대상 중에는 서울 용산구와 경기 안성시에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가 포함됐다. 이곳 사무실은 유씨가 이끄는 '구원파'의 실질적 본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한때 구원파에 몸담았던 A씨는 "유씨가 거느린 계열사의 회계 관련 사항이 이곳에서 통제됐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종교 시설에서는 '왜 종교 시설까지 수색하느냐'며 약간 저항이 있었다"면서 "유씨가 이끈 회사 경영 전반의 문제를 살피기 위해 압수 수색한 것이지 그들의 종교 문제 때문에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檢, 2남 2녀 등으로 수사 확대

검찰이 압수 수색 대상에 유씨 집뿐 아니라 두 아들의 집까지 포함한 것은 결국 이들이 횡령 및 배임 등 범죄에 함께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유씨가 죽은 뒤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게 하고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초등학교만 한 서울 염곡동 '유병언 타운' - 23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자택은 외부에선 수풀에 가려 본채가 보이지 않는 성(城) 같았다. 위성사진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층짜리 본채(①)는 유씨의 장남 대균(44)씨 명의, 그 아래 주택(②)은 딸 섬나(47)씨, 그 왼쪽 주택(③)은 장남 대균씨, 그 오른쪽 주택(④)과 맨 위의 비닐하우스(⑤)는 김모씨 명의로 돼 있었다. 김씨는 1991년 오대양 사건 당시 유씨와 함께 사기 혐의로 처벌받은 유씨의 최측근이다.

검찰은 유씨의 두 아들뿐만 아니라 두 딸과 사위도 회사 경영에 관여한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금감원 기업 정보 공시에 따르면 유씨의 사위도 회사 경영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비정상적 회사 운영을 하기 위해 온 가족을 동원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압수한 자료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보내온 계열사 및 일가의 계좌 분석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유씨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이 23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금수원에는 수십대의 폐 열차, 옛 세모그룹의 한강유람선 '엔젤호', 대형 예배강당, 양식장, 주유소 등 면적만 23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30여 개를 합친 규모입니다. 금수원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안성교회의 수련원으로 유병언 전 회장의 부동산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세월호 선사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두 아들의 자택, 용산구 삼각지 기독교복음침례회 서울교회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들에 대해 조선닷컴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 전 회장의 유족과 합의를 통해 다음의 통합 정정 및 반론보도를 게재합니다.

1. 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살인집단 연루성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를 한번 구원 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교리를 가졌다고 보도하였으나 해당 교단에서 보낸 공식문서와 설교들을 확인한 결과 그러한 교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세월호 사고 당시 먼저 퇴선했던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은 모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가 아니며, 다만 승객을 먼저 대피시키다 사망하여 의사자로 지정된 故정현선 씨와, 승객을 구하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한 분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목회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5. 금수원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금수원의 폐쇄성과 반사회적 분위기를 보도하였으나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인들은 금수원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으며, 행사 때는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여 폐쇄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밝혀왔습니다.

6.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1980년대 전경환 씨와의 친분 관계와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유람선 사업 선정 등 세모그룹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과 유착관계가 없었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7.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지난 10월 검찰이 해당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하였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 잡습니다.

8.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세월호'의 이름은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世越)'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세월(歲月)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작가명인 '아해'는 '야훼'가 아닌 어린아이를 뜻하며 기업명인 '세모'는 삼각형을 뜻하고, 안성의 '금수원'은 '짐승'을 뜻하는 '금수'가 아닌 '금수강산'에서 인용한 '비단 금, 수놓을 수'의 뜻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9. 유병언 전 회장의 해외 망명 및 밀항 시도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의 해외 망명이나 밀항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전국 각지에 보유한 부동산이 1500만㎡(약460만평)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오후 경남 고성군 동해면 장기리 당항포에 위치한 천해지조선소 전경. 천해지는 컨테이너선, 유조선, 벌크선,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의 블록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현재 당항포의 23만7000㎡ 부지에 용접 전 배 조각인 블록 제조 공장 3곳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