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아이도, 밭일을 하다 끌려온 아이 엄마도 있었습니다. 젖이 부은 저고리를 부여잡고 달님에게 간절히 빌었습니다. 밭둑에 묶어두고 온 아이를 보살펴달라고요…."

"대대가 도착했어. 성한 년 아픈 년 가릴 때가 아니야! 어서 끌고나가! 찬물을 끼얹어, 찬물을!"

연극 '봉선화'(윤정모 작, 구태환 연출) 총연습을 하던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은 숙연했다. 배우들은 역할에 몰입돼 있었고 고개를 떨어뜨린 스태프도 보였다. 서울시극단(단장 김혜련)이 오는 25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봉선화'는 동아시아 과거사의 상처와도 같은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서울시극단 배우들이 연극 ‘봉선화’의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연됐던 이 연극은 '최근 개막작 중에서 가장 진지하게 역사 문제를 다룬 작품' '청소년에게 꼭 보여줘야 할 연극'이라는 평을 들으며 숱한 재공연 요청을 받았다. 패션디자이너 하용수가 작사하고 가수 채은옥이 부른 위안부 할머니 헌정곡 '아프다'도 공연에 맞춰 발표된다.

초연을 본 사회 각계 인사들의 후원회도 생겨났다. 지난달 19일 발족한 '연극 봉선화와 함께하는 겨레운동'에는 김을동 국회의원, 이부영·홍사덕 전 국회의원, 시인 김용택, 연극배우 박웅·박정자, 만화가 박재동, 영화감독 변영주, 가수 이은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청담동 더 갤러리 스페이스에서는 연극 '봉선화'와 함께하는 미술전 '아프다!'가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봉선화'는 윤정모의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1982)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 '일제강점기 여성'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던 여주인공이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의 과거를 알고 진실에 접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연극 '봉선화' 4월 25~5월 1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