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일대 앞바다의 선박 안전 관리를 맡고 있는 해경 소속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16일 세월호가 정상 항로를 벗어나 이상 징후를 보였음에도 이를 놓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는 오전 7시 7분 진도 VTS의 관할 해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때부터 진도 VTS는 오전 9시 7분까지 120분간 세월호와 단 한 차례도 교신하지 않았다.

혹시 내 아이가…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글자가 빼곡한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여기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

교신이 없는 두 시간 동안 세월호는 명백한 이상 징후를 드러냈다. 오전 8시 48분 세월호는 동남쪽에서 서남쪽으로 100도 이상 급선회했고, 4분 후인 8시 52분에는 다시 북쪽으로 급선회하는 비정상 운행을 했다. 세월호는 그 결과 가던 길을 거슬러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린 뒤 표류하는 항적(航跡)을 그렸다.〈그래픽 참조〉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세월호는 당시 36초 동안 정전(停電)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진도 VTS의 레이더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16일 당시 레이더 화면에는 이 같은 세월호의 궤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진도 VTS는 관할 수역으로 들어온 모든 선박의 움직임을 레이더로 자동 포착하기 때문이다. 교신을 하지 않더라도 레이더에 나타난 세월호의 항적만 제대로 살폈어도 이상 징후를 곧바로 탐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일 세월호가 평소보다 늦게 관할 해역에 들어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없느냐는 안부라도 나눠야 했다"고 말했다.

선장 경력 15년 차의 도선사 이모씨도 "진도VTS는 자신의 관할에 들어온 선박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세월호가 원래 항로를 이탈했을 때 진도VTS는 세월호와 교신해 '귀선은 항로를 이탈했으니 항로를 준수하라'고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월호 항적과 진도 VTS 주요 대응 시간대별 정리 표

사고 당시 진도 VTS에는 4명의 근무자가 4~5개의 레이더 화면을 보며 총 160척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진도 VTS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선 등과 충돌 위험이 있을 수 있는 선박한테만 미리 연락하는데 당시 세월호 주변에는 어선들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교신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두 선박이 근접하는 경우에만 위험을 미리 고지할 뿐 단독 선박의 궤적까지 쫓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도 VTS를 포함한 해경의 연안 해상교통관제 운영 규칙에 따르면, 진도 VTS의 임무는 선박 충돌뿐만 아니라 좌초 위험이 있는 선박도 모니터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도 VTS 관계자는 "해당 해역에서 300명이 넘는 승객이 사망 혹은 실종하는 사고가 생겼는데 이를 모니터링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에 "좀 더 꼼꼼히 봤어야 하는데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7분에야 진도 VTS와 첫 교신을 했지만, 만약 진도 VTS에서 세월호의 항적을 제대로 모니터링했다면 그보다 12분 빨리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진도 VTS는 또 16일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세월호와 교신을 하면서 승객들에 대해 탈출 명령을 내릴지에 대해 서로 결정을 미루며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공개된 세월호와 진도VTS 간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오전 9시 24분 세월호가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묻자 해경은 "우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최종 판단을 해서 결정하라"고 떠넘기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해사안전법과 연안해상교통관제 운영·관리 규칙에 따르면, VTS는 선박 교통 안전을 위한 '조언·권고 또는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명백한 사고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정 또는 안전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탈출 명령을 결정하지 못하는 선장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명령을 내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