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가 선내로 진입했다는 소식은 사실이 아닙니다." 18일 오후 1시 해양경찰청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에 실종자 가족 사이에선 "야 이 ×× 자식들아. 제대로 하는 게 뭐냐! 이게 몇번째야"라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날 오전 김석진 안전행정부 대변인은 "구조대가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알려진 식당칸에 진입했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그러나 5시간 만에 잘못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당국의 이런 '희망 고문'은 처음이 아니다. 침몰 첫날엔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관계 기관(경기교육청)의 첫 공지가 2시간 반 만에 뒤집혔다. 그날 밤 실내체육관에 모인 가족에게 해경 측은 "내일 새벽이면 (선내에 공기를 불어넣는) 에어컴프레서가 가동되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이 말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후로도 2~3시간 단위로 '된다' '미뤄졌다'고 말 바꾸는 일이 되풀이됐다. 결국 약속 시간보다 24시간 더 지난 18일 오전 10시 에어컴프레서가 가동됐다.

해경에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 -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세월호 구조 상황을 듣고 있던 한 실종자 가족이 해경 관계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들은 이제 당국이 내놓는 발표마다 의문을 표시한다. 이날 오후 최상환 해경 차장이 "잠수부들이 선체 진입을 시도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자 가족들 사이에선 바로 "거짓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저자들은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만 하지, 가족들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의 분노는 이날 새벽 극에 달했다. 자정 무렵 발견된 사망자를 육안으로 확인한 유가족들의 반응이 전해지면서다. 유가족들은 "아이들 시신 상태가 너무 깨끗하다"며 발견 직전 죽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유가족은 "시신에 상처 하나 없고, 물에 불어 있지도 않았다"면서 "조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했다. 다른 유가족도 "마치 살아서 잠든 모습" "귀에는 핏기도 남아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서두르면 우리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면서 더딘 구조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당국의 부실한 대처를 비판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구조 인원은 200명도 안 됐다. 헬기 2대, 군함 2척, 해양 경비정 2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 구조대원 8명이 전부였다"며 "그러나 정부는 인원 555명, 헬기 121대, 배 69척으로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남수 교육부 장관 일행은 이날 오후 6시쯤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 학생 빈소를 찾았다가 유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수행원이 유족에게 "교육부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귓속말을 건네자 유족이 "어쩌란 말이냐.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고 항의했다. 서 장관은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유족들 항의는 계속됐다고 한다. 서 장관은 조문 후 바로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