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와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잇따라 발견된 북한 무인항공기에는 삼성 제품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체코 등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부품이 사용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군과 국정원, 경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으로 구성된 중앙합동조사단의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발견된 무인항공기 3대가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무인기 3대에 사용된 부품은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체코, 스위스 등 6개국의 상용부품이 쓰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는 “일부 부품에 있는 시리얼넘버(제품 고유번호)는 고의로 지워졌다”며 “시리얼넘버가 알려지면 어느 나라에서 구입했는지 나오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또 ▲ 이동 경로가 군사시설이 밀집된 상공이라는 점, ▲무인기 도색이 과거 북한이 공개한 자폭형 무인타격기와 비슷한 점, ▲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이 발견된 점, ▲시리얼넘버가 고의 삭제된 점 등을 근거로 무인항공기 3대가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촬영된 사진을 판독한 결과 파주 무인기는 북한군의 주요 침공 예상로인 1번 국도상에서 북→남→북 방향으로 이동했다.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다수의 군사시설이 포함된 상공을 이동하면서 촬영했다.

합동조사단은 무인기의 연료통 크기와 엔진 배기량, 촬영된 사진을 감안할 때 항속거리는 최저 180여km에서 최대 300여km 정도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시 기상조건과 왕복거리 등을 고려해 볼 때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에서 발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하늘색 바탕에 흰색 구름 문양이 있는 무인기의 위장도색 색상 및 패턴도 북한이 2012년 4월 태양절(김일성 생일) 열병식과 지난해 김정은의 1501군부대 방문 당시 공개됐던 무인기와 매우 흡사했다.

발견된 무인항공기 3대는 국내 민간용 소형 무인기나 우리 군이 운용 중인 무인기와도 형태가 전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제작방식·제원·도색·세부 운영체제 등도 달랐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내 민간에서 파주·백령도 소형 무인기와 같은 고가의 금형 틀을 사용하거나 전자회로 기판을 나무 패널에 부착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며 “또 무인기를 이륙시키는데는 발사대와 추가적인 장비가 필요함에도 파주 및 백령, 대청·소청도에 목격자나 신고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파주와 백령도 무인기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도 각각 6점이 발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러한 정황근거를 볼 때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되나, 보다 명백히 규명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적 조사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그러나 무인기의 발진 지점이 북한이라는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군은 무인기의 복귀 지점 좌표가 입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GPS(위성항법장치)칩을 아직 해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GPS칩 분석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GPS는 일단 운영체제(OS)가 우리와 다를 수 있고, 잘못 만지면 데이터가 삭제될 위험이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며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작업을 실시하면 무인기를 보낸 위치를 포함한 정확한 비행경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를 위해 국방과학연구소 무인비행체 사업단장을 팀장으로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조사전담팀은 촬영된 사진과 GPS칩 등에 내장된 데이터 분석, 비행경로 검증 등의 기술 분석을 통해 소형 무인기의 발진지점을 포함해 북한제라는 추가적인 증거를 밝혀내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미 간 정보공유와 소형 무인기 부품과 관계된 국가들과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에 최종 합동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인기를 만들면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고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 있어 대한민국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무인기 해외 수출을 막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과 국제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무인항공기가 북한 소행으로 명확하게 결론나면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경고와 함께 실질적인 대응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또한 군사정전위를 비롯한 국제공조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강력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