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몇 달 전 아파트에 사는 주부가 한밤중에 아래층에서 아이가 몇 시간 동안 숨이 넘어갈 듯 울어 경찰에 신고했다. 상황이 심각해보였는데도 출동한 경찰은 아이를 살펴보고 부모에게 몇 마디 묻더니 그냥 돌아갔다. 주부가 "애 얼굴이 벌겋던데 왜 그냥 가느냐"고 물으니 경찰은 "(부모가) 애가 말을 안 들어서 아침에 살짝 몇 대 때렸을 뿐이라고 한다"고 대답했다.

현행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학대 행위'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 등을 금지한다. 전문가들은 보통 폭력 행위가 일회성이 아니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져 아동의 신체·정신 건강에 지장을 주면 아동 학대로 본다.

이 주부가 목격한 상황이 계모가 8세 아이를 때려서 숨지게 한 '칠곡 사건'처럼 심각한 아동 학대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동복지법에 비춰볼 때 아동 학대로 의심하고 조사는 해볼 만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아침에 살짝 때린 상처가 밤늦게까지 남아 있다'는 부모 말만 듣고 돌아간 것이다.

전국 50개 아동보호 전문 기관은 아동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출동해 살펴본 뒤 아동 학대 여부를 판정하고, 학대로 판정되면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조치할지 결정한다. 그런데 2012년 '아동 학대'로 판정된 사례 6403건 중 가해자를 고소·고발한 경우는 420건(6.6%)밖에 안 된다. 학대 가해자의 84%가 부모인 것에 비춰보면 자식을 학대한 부모의 상당수는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은 것이다. '칠곡 사건' 역시 아동보호기관이 아동 학대로 판정을 내렸음에도 부모를 고소·고발하지 않았다.

아동보호기관들은 증거 확보가 어려워 고소·고발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아동 학대에 대해 '부모·자식 간에 살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깔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동보호기관에서 사례 판정 위원으로 일했던 한 인사는 "아무리 애가 심하게 맞아도 '그래도 애를 제일 위하는 것은 부모 아니겠느냐'며 봐주자는 의견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 예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찰 역시 아동 학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아동보호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아동 학대라고 신고해도 경찰이 '바빠 죽겠는데 왜 아무 일도 아닌데 신고하느냐' '부모가 애 좀 때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우리를 탓해 허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칠곡 사건'에서 보듯 아이가 신고한 뒤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상황이 신고 전보다 훨씬 더 악화된다는 점이다. 칠곡 사건도 처음 신고를 받은 경찰과 학교·아동보호기관이 좀 더 민감하게 대응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아동 학대는 무조건 범죄'라는 인식이 퍼지지 않는다면 아동 학대범에 대한 양형 기준을 아무리 높여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밖에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