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을 빚게 된 러시아가 중국을 향한 구애 공세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과 중국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이 막판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틀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러시아 부총리는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의 회담 직후, 양국이 가스 수출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회담 직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러시아 측은 부총리가 직접 나서 "양국 간 협상에서 큰 진전을 이루면서 5월에 계약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며 "어떻게든 연내에 계약이 발효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달 다벨스틴 르네상스캐피탈 연구위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도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있어, 이번에는 정말로 중국과 러시아의 가스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양측이 가스 공급 계약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경우, 러시아는 중국 동북 지역으로 연결되는 '동부 노선' 가스관을 건설해 2018년부터 30년 동안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 전체 가스 수출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로 중국이 지난해 사용한 전체 가스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러시아가 수년째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에서 속도를 높이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측에 '경제 제재의 효과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부는 다음 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발맞춰 협상 타결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이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처음 거론한 것은 1997년이었지만 그동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표류 중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예고하면서 가스 수출의 다변화가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러시아가 중국과의 가스 공급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영국 정부는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달 말 대(對) 러시아 제재 방안의 하나로 러시아 천연가스의 수출 판로를 조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가스 수입을 이라크의 천연가스와 미국의 셰일 가스로 대체해 러시아 가스의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구상이다.

반면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지난 1일 1000㎥당 268.5달러(약 28만원)에서 385.5달러(약 41만원)로 인상했다. 크림반도에 자국 흑해 함대를 주둔시키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는 천연가스에 대해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지만 크림반도를 합병한 이상, 더이상 특혜를 제공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러시아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