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에 제시해 온 '비핵화 사전 조치'의 유연한 적용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북한이 지난달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가운데, 주변국들이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낮춰 북한을 일단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여지가 생겼다.

3국 수석대표 회담에 관여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데 (한·미·일 입장의) 변화가 없다"면서도 "대화 재개를 위한 '사전 조치'에 관해서는 조금 더 유연성을 갖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언제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2012년 미국과 고위급 회담을 하며 약속한 것 이상의 비핵화 사전 조치를 하지 않으면 대화를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서 다소 후퇴한 셈이다.

한·미·일 3국은 작년 6월 워싱턴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직후, 북한이 2012년 2월 미·북 고위급 회담의 결과 도출된 '2·29 합의'를 깨고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만큼 "더욱 강한 의무가 부과돼야 한다"(조태용 당시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2·29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하는 대신, 북한이 ①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하고 ②우라늄 농축을 포함해 영변에서 핵 활동을 임시 중단(모라토리엄)하며 ③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의 비핵화 사전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북한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확답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이 북한 핵 문제를 심각한 공동 과제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 등을 만난 뒤 "중국은 (비핵화) 정책이 확실히 이행되도록 하기 위해 '추가적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며 "미·중 양국은 지금 구체적 조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7일 회담에 관여한 우리 측 고위 당국자도 "구체적 그림이 만들어지려면 한·미·일뿐만 아니라 중국과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