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천연가스 수입가격 폭등과 화폐 가치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이번 주 들어서만 두 차례나 올리면서 경제적 압박 수위를 올렸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수출 가격을 1000m³당 385달러에서 48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주 들어서만 두 번째 인상. 가즈프롬은 지난달 31일 천연가스 수출 가격을 268달러에서 385달러로 44% 올리고(기존 할인 혜택 폐지) 나서 사흘 만에 또다시 100달러를 인상하며 1주일 만에 천연가스 가격을 80%나 올렸다.

로이터는 “러시아가 가스값 인상을 통해 파산 위기에 몰린 이웃(우크라이나)을 경제적으로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가스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정치”라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가스공급 제한 등 에너지 자원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가스소비량의 5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강제적으로 (가스 가격 인상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에너지 가격은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즈프롬 측은 가스 가격 인상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수십억달러의 가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데다, 정치적으로도 가스 가격 할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천연가스 수출 가격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진행 중이던 자유무역협정(FTA)을 중단하기로 한 것에 대한 선심성 정책이었다. 그러나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축출되고 우크라이나에 친(親)서방 정부가 들어서면서 러시아는 가스 가격 인하 약속을 파기했다.

러시아는 또 다른 선심성 정책이었던 수출세 폐지도 철회하기로 했다. 이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맺었던 흑해함대 크림반도 주둔 협정을 폐기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세 폐지 약속도 취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 1000m³당 100달러의 할인 혜택도 없어지게 됐다.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최고경영자는 “천연가스 수출 가격은 4월부터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달러 대비 흐리브냐화 공식 환율이 1달러당 11.24 흐리브냐로 고시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알렉산드르 슐라팍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흐리브냐화 약세로 우크라이나의 국가 부채 규모가 1290억달러로 늘어났다”며 “올해 정부 예산의 약 10%를 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