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 컴퓨터로 정부의 교육행정 정보시스템(나이스·NEIS)에 접속해 학생 성적과 출결 상황을 입력한다. 교육행정 이외의 수업 자료는 같은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구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컴퓨터 운영체제(OS)를 윈도 XP에서 윈도 7이나 8로 바꾸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지금 사용에 불편함이 없어 그냥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초등학교 교사 B씨는 "OS를 바꾸면 기존의 자료도 옮겨놓아야 하고 연결된 프로그램도 다시 깔아야 해 귀찮아하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XP의 기술 지원을 종료하는 8일을 앞두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급 학교에 컴퓨터 운영체제를 교체하라고 공문을 내렸지만, 일선 학교는 "OS를 바꾸려면 추가 비용이 들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4월 8일 이후 MS사가 윈도 XP 추가 업데이트와 최신 드라이버 및 보안 지원을 중단하면, 윈도 XP를 쓰는 각급 학교의 PC는 바이러스·스파이웨어·악성 코드 등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전국의 1만1000여개 초·중·고교와 17개 시도교육청, 교육부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을 통해 각종 정보를 연계해 처리하므로 윈도 XP를 쓰는 학교 PC의 보안이 취약해지면 학생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커진다. 가톨릭대 황병연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XP를 쓰는 전국의 학교 컴퓨터가 좀비 PC(악성코드에 감염돼 해커의 명령을 따르는 PC)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는 약 166만대다. 교육 당국은 이 중에서 40~50%에 이르는 컴퓨터가 윈도 XP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윈도 XP를 쓰는 컴퓨터를 한꺼번에 교체하거나 운영체제를 상위 버전으로 바꿀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윈도 XP 지원 종료를 대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지는 않아 올해는 학교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사정이 비슷하다. 제주의 한 대학은 윈도 XP를 사용하는 교내 컴퓨터 1300여대 중에서 우선 450여대만 윈도 7으로 바꾸기로 했고, 수도권의 한 대학은 올 상반기엔 컴퓨터 전공 학과의 컴퓨터만 바꿀 계획이다. 이 대학 교수는 "요즘처럼 등록금 동결 등으로 학교 재정이 어려울 땐 이런 비용마저도 부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