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의 첫단추로 여겼던 남북 이산가족상봉이 이뤄진지 40여일이 지났지만, 현 정부 2년차의 '통일대박론'은 북한의 외면 속에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드레스덴 선언' 또한 북한의 연쇄 군사도발로 공중에 떠버린 모습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산가족상봉이 남북관계 개선의 첫단추라고 수없이 강조해왔다. 합의와 무산의 진통을 겪으며 3년4개월만의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지난 2월 성사됐을 때만해도 이명박 정부 내내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훈풍이 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많았다.
4월의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지난 2월부터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해오던 북한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측으로 100여발의 포탄을 발사하며 도발했다. 우리군도 300여발을 응사하며 군사적 긴장감을 높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 감행 엄포는 잠시나마 해빙기를 맞았던 한반도 정세가 지난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정국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파주와 서해상에서 발견된 무인정찰기가 북측의 무기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북한의 군사도발이 한반도에 겹겹이 쌓이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는 3~4월 한미합동훈련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의 경우 남측 정부가 '드레스덴 선언'으로 통일대박론을 구체화하는 시점과 겹쳐져 남측의 대북제안이 시작도 전에 추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통일대박론에 따른 대북 3대제안을 던졌지만,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적 후속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어 남측의 대북제안이 민망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결정적인 것은 결국 한미군사훈련 때문"이라며 "드레스덴 대북 제안에서 담고 있는 남북 간 교류협력 방안이 남북 간 정치적 상황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남측은 남측 나름대로 '통일대박론'의 구체화 방안을 세웠지만, 한미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맞불로 길이 막혔다는 뜻이다. 정부측이 대북제안을 해놓고도 "당장 남북고위급접촉 제안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
한미군사훈련에 따른 남북 간 기싸움 뿐 아니라 드레스덴 선언 내용 자체와 타이밍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5·24조치 해제와 대북식량·비료지원을 기대했을 북한 입장에서 드레스덴 선언의 내용은 다소 실망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5·24조치 해제와 관련한 정부 의중이 담긴 내용이 전달됐더라면 지금의 양상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양측이 입장차를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은 양측이 기싸움만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한미군사훈련 기간을 지나 대북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의 틀을 제안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드레스덴 제안은 5·24조치 해제를 전제로 가능한 것들인데, 정부 입장에선 천안함 사건 등에 대한 북측의 책임있는 답변을 듣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서독의 경우 정치적 사안과 교류협력 부분은 별개로 보고 진행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정치와 다른 분야를 분리시키지 못하고 있어 이산가족상봉 이후 남북관계가 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드레스덴 선언의 내용 자체가 북한의 적극적 호응을 받기 어려운데다, 비정치분야에 대한 논의가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립과 분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군사훈련이 여전히 진행중인데다 북한의 무인정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가 재개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훈련이 끝나는 이달 중순께 남북 양측이 추가 접촉을 위한 또다른 기싸움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