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오후 2시 홍콩 센트럴 하버뷰 ONE IFC빌딩.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에 내리자 오른쪽 사무실 대리석 벽에 'KIM & CHANG'(김앤장) 로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터폰을 통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40대 중반의 중국계 '아줌마'가 문을 열어준다. 비서 자스민응(46). 그러나 커피나 타는 그런 비서가 아니다. 세계적인 투자 은행 모건스탠리 아시아본부에서 15년을 근무한 사모펀드의 베테랑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홍콩 사무소 지사장인 알렉스 양(왼쪽) 변호사가 홍콩 센트럴 하버뷰 ONE IFC 빌딩 사무실에서 현지 고객과 상담 중이다. 재미 교포 출신으로 모건스탠리·언스트앤영 등 글로벌 투자회사·회계법인에 근무했다.

◇홍콩지사 베테랑 3인방

20명이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을 지나 문을 열어보니 알렉스 양(45) 변호사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오른쪽 통유리 너머로는 빅토리아항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양 변호사는 김앤장이 3년 전 개설한 첫 해외 사무소의 '지사장'이다. 지사원이래야 비서와 회계사 포함해 단 3명이다.

양 변호사는 고교 2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재미교포다. 뉴욕대 로스쿨을 나와 모건스탠리에서 8년,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 홍콩지사에서 2년을 근무한 금융·회계 전문 변호사로 4년 전 김앤장이 공들여 영입했다. 그에겐 첫 해외 개척이라는 '중책'이 맡겨졌다. 양 변호사를 지원하는 회계사 스콧 스틸(39)은 어렸을 때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을 나와 글로벌 회계법인인 아더 앤더슨과 딜로이트 홍콩지사에 근무한 실력자로 3년 전 김앤장에 스카우트됐다. 이 '3인방'은 홍콩에 지사를 둔 다국적 로펌과 현지 로펌 등 900여개 회사와 법률 자문 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해외 법률 서비스 확대에 주력

"만만치 않습니다. '디엘에이 파이퍼'와 '베이커 앤 맥켄지' 등 변호사 수십명을 가진 홍콩지사들도 여럿이지요." 이들과 날마다 혈전(血戰)을 벌인다는 말이다. 양 변호사는 "다른 로펌과 경쟁만 하는 게 아니라 사건에 따라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등 다국적 로펌과의 '외교전'도 치열하다"고 했다.

김앤장 홍콩지사는 금융·경제 중심지라는 지역 특성을 살려 기업 인수·합병(M&A)과 펀드 조성 등에 대한 법률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와 아무런 연고 없는 기업을 고객화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양 변호사는 "작년에 100건 정도의 자문을 했는데 그중 7~8건은 한국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중국·유럽 등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사모펀드 조성과 대만·중국계 기업의 해외 투자 건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 홍콩지사는 지난해 국내 한 보험사의 미국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글로벌 로펌들이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법률적 난제(難題)를 깔끔하게 처리했다고 한다.

양 변호사는 "현재 세계 4위 규모의 기금인 국민연금은 20년 후면 세계 최대 규모의 기금이 된다"면서 "공장에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부(國富)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업에 잘 투자해서 부를 쌓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제부턴 '투자 강국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로펌들은 전 세계 13개 국가에 40여개 지사를 두고 있다. 해외 진출에 활발한 로펌들로는 법무법인 로고스와 지평, 대륙아주 등이다. 로고스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6개국, 지평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5개국, 대륙아주는 러시아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3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2위권 로펌인 광장, 세종, 태평양, 율촌은 중국 지사를 두고 있으며 화우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교두보로 중앙아시아 공략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