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개발은행(IDB)이 남미 지역 경제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전보다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IDB는 30일(현지시각) 브라질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열린 연차총회 발표 보고서를 통해 "남미 경제가 1990년대 중반보다는 기반이 더 탄탄해졌지만, 대부분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보다는 더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했다고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했다.
IDB는 남미 대외 충격 중 하나로 미국의 출구전략을 꼽았다. IDB는 "역사를 보면 미국 저금리 시대가 종료되는 과정은 순조로울 때도 있고 순탄치 않을 때도 있었다"며 "미국의 단기 금리 방향에 변화가 생기면 일부 국가에선 자금 흐름에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IDB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남미 경제 평균 성장률은 올해 3%, 내년에는 3.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남미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IDB는 설명했다.
IDB는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속도가 빨라지고 중국 경제 둔화가 계속될 경우, 남미 지역 성장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미 국가들은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린 탓에 국가 재정이 나빠진 상태다. 남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42%로, 2008년(36%)보다 나빠졌다. 지난해 남미 21개국 중 예산안을 계획대로 지킨 나라는 우루과이와 온두라스, 나카라과 등 3개국뿐이다.
로이터는 "남미 국가 중 대부분은 경기가 나아진 뒤에도 재정 지출을 줄이지 않아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남미 지역 경제 성장률은 2.4%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며 뒷걸음질쳤다.
남미 지역 성장 동력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해외 수요가 줄어든 여파가 컸다. IDB는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식량 수출국보다 금속 수출국이 중국 경기 둔화에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남미 국가들의 외채 급증도 경제 충격을 가중시킬 변수로 지목됐다. 남미 국가들은 지난 10여년간 해외에서 돈을 빌려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댔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해외 채권시장 의존도도 커졌다.
지난 4년간(2009년 3분기~2013년 3분기) 브라질과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의 은행과 기업들의 외채 발행액은 3430억달러로 증가했다. 직전 4년간 발행한 외채 규모의 3배가 넘는다.
IDB는 "선진국 경제 회복으로 남미 금융 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고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 남미 금융 시스템에 연쇄 충격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외채 발행 증가로 금융 부문의 유동성이 경색되고, 기업 채무불이행이 잇따를 위험이 잠재돼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