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몸짓만으로 외국 팬을 사로잡은 개그맨들이 있다. 논버벌(non―verbal) 4인조 퍼포먼스팀 ‘옹알스’다. 베이비 파우더로 콧물을 그려넣고, 아기 옷을 입은 채 옹알대는 이 장정들은 26일부터 호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28회 멜버른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한국인 최초로 공식 초청돼 다음 달 1일부터 공연한다.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캐나다 몬트리올 ‘저스트 포 래프(Just for laughs)’와 더불어 세계 3대 공연예술축제로 불리는 행사다. 맏형 조준우(36)씨는 “지난해 8월 열린 부산 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1위를 했을 당시 공연장에 온 호주 관계자로부터 즉석 초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KBS 공채 조수원·채경선·조준우)와 '웃찾사'(SBS 공채 최기섭) 출신인 이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2010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fringe·비초청 단체의 공연)에서 최고 평점(별 5개)을 받는 예상 밖 성공을 거뒀고, 공연을 본 각국 에이전시로부터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채경선(34)씨는 "2010년엔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 2011년엔 영국 BBC '브리티시 갓 탤런트'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중국·브라질·일본·두바이 등 전 세계를 누비는 이들은 현재 중국 공연 관계자의 요청으로 광저우에 전용관 설립도 논의 중이다.

옹알스 멤버 조준우(36)·채경선(34)·조수원(35)·최기섭(35·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들은 스스로를‘퍼포디언’(퍼포먼스+코미디언)이라 부른다.

이들은 말 대신 옹알이를 한다. 멤버들의 '대사발'이 약해 선택한 이른바 '배블링(babbling·옹알이) 코미디'다. 사물을 처음 본 아이들의 시각으로 엉뚱한 상상력을 펼친다. 변기 뚜껑은 말굽자석이 되거나 운전대가 된다. 분위기가 식을라치면 찌그러진 콜라 캔에서 끊임없이 콜라가 쏟아져나오는 마술이 펼쳐지고, 물건을 서로 집어던지는 장난이 어느새 저글링 묘기로 바뀐다.

이들이 '몸 개그'의 힘을 느낀 건 2008년 개그콘서트 팀을 따라간 경기도 양주의 한 장애인복지관 자선 공연에서였다. 유명 개그맨의 연기도 '알아들을 수 없어' 시큰둥했던 장애인들이 '옹알스'의 공연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모은 1500만원을 밑천 삼아 2009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이 열리는 영국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길거리 공연을 했다. 사람들이 재밌다며 '생큐'를 적어 엽서를 건넸다. 최기섭씨는 "남녀노소, 장애,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개그를 꿈꾼다"고 말했다. 다음 달 27일 호주 시드니한국문화원 주최 특별공연에도 초청됐다.

이들의 목표는 최근 새로 불붙은 한류 열풍을 코미디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물놀이를 포함시켜 한국적 특색을 가미했다. “외국 나가면 ‘한국 코미디’에 대한 개념조차 없어요. 저희가 길을 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