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공원에 있는 염상섭 동상.

소설가 횡보(橫步) 염상섭(1897~ 1963) 동상이 여러 곳을 전전한 끝에 4월 1일 오후 3시 교보생명빌딩 종로 출입구 앞에 자리 잡는다. 1897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난 횡보는 서울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혀왔다.

횡보는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학예부장을 지냈고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서도 근무하면서 광화문에서 주로 집필했다. 횡보는 1930년대 서울 중산층 가족의 몰락을 그린 장편 '삼대'를 조선일보에 연재한 것을 비롯해 서울 풍속도를 생생하게 담은 사실주의 소설을 여럿 내놓았다.

지난 19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보생명은 횡보가 한국 소설사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것을 기리기 위해 횡보 동상을 종묘 광장 입구에 세웠다. 조각가 김영중이 벤치에 앉은 횡보 모습을 브론즈 좌상으로 재현했다. 그러나 2009년 정부가 종묘 광장 정비 사업을 펼치자 서울 종로구청이 동상을 삼청공원으로 옮겨 버렸다. 지금껏 문단에선 횡보 동상을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삼청공원 약수터 옆에 놔둔 것이 옳지 않다는 여론이 드높았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는 서울 시민 대다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동상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교보생명과 대산문화재단은 문단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부터 종로구청과 협의한 끝에 횡보 동상을 교보생명 앞으로 옮기기로 했다. 횡보 유족 대표인 차녀 염희영씨는 "종묘 광장에 선친 기념상을 설치할 때만 해도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어느 날 삼청공원 약수터 주변으로 옮겨진 사실을 알곤 지금까지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염씨는 "이제 정말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