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깨끗한(clean) 에너지 중 하나로 우리 삶의 대부분 영역에서 사용되는 전기는 발전·송전·배전 과정 등 단계를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단계마다 정부, 전기 사업자, 현장 기술자 등 전력 산업 종사자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다.
단계·분야별로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중 '전력신기술 제도'는 국내 전기공사업계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다. 이 제도는 기술 개발 의욕을 고취시켜 전력 기술 발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꾀하자는 취지로 1995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나 이 제도는 취지와 달리 과도한 규제로 전기공사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해 국민에게 양질의 전기를 공급한다'는 전력신기술 제도가 오히려 시공사인 전기공사업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개발자와 발주자가 현장에서 수십년간 활용해온 기술의 일부만을 변경해 전력신기술로 지정받아 이득을 독점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을 전기공사업계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전력신기술로 지정되면 개발자는 사용자인 발주자에게 기술 사용료를 받으며, 개발자만의 제한적 경쟁, 사전입찰심사(PQ) 가점 등 혜택을 받는다. 한국전력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전력신기술 전체 사용 실적의 99.9%를 활용하고 있다.
시공사인 전기공사업계 입장에선 공사비가 삭감되고, 신기술 장비를 고가에 사거나 빌려 써야 하며 특정 공사에는 입찰 참가 기회를 박탈당한다.
전력신기술은 현장 평가 제도조차 없다. 개발자가 제출한 서류는 1~2시간여 심사회의를 거쳐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따라 배전 작업자가 22.9㎸ 특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신주 충전부에서 절연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하는 후진국형 직접활선공법까지 전력신기술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이는 배전 기술자들의 감전 사고 증가로 이어졌으며, 서울 지역 기술자들이 위험을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력신기술은 배전 공사의 약 90%에 활용된다. 가장 위험한 작업에 안전성이 검증 안 된 공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전력신기술 제도 시행 20여년이 지났지만 시공 현장의 목소리나 전기공사업계 건의가 반영된 제도 개선은 없었다.
다행히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력신기술 제도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고 개발자·발주자·시공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제도로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