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지역 켐니츠에 본사를 둔 기계 설비 회사 NSH그룹의 한스 나우만(Naumann·79·사진) 회장은 지난달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공산 정권 치하에서 감춰져 있었지만 동독 사람도 서독 사람처럼 성실하고 뛰어난 기술력이 있다는 걸 몸소 체험했다"며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과 같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NSH그룹은 2012년 매출이 약 3억유로(4459억원)로, 세계 기계 설비 업계 35위 기업이다. 옛 동독 지역에 속했던 라이프치히가 고향인 그는 1960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나 동·서독이 통일되자 즉시 고향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동독으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우만 회장은 "동·서독이 통일되는 순간 역사적으로 세계 기계 설비의 본거지인 켐니츠에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나우만 회장은 1992년 8월 기계설비 회사를 인수했다. 그는 "모든 장비가 구식이었고 기존 계약이 모두 깨져 매달 100만마르크의 손해를 입었다"며 "무엇보다 동독 기술자들이 사회주의 특유의 비효율적 문화에 젖어 있는 게 문제였다"고 했다. "기술자 1명이 할 일에 5명이 배치돼 있었고, 직원들 불만이 끝이 없었다"고 했다.

나우만 회장은 '거울을 보라'는 표어를 만들고 이들을 설득했다. 그는 동독 근로자들에게 "당신들이 불만을 느낄 때 동료나 상사에게 얘기하는 습관을 버리고 거울을 보라. 이제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5년이 걸렸는데 동독 직원들 자세가 바뀐 후 생산성이 놀라보게 성장했다"고 했다.

나우만 회장은 "내가 그랬듯 한국 기업인들도 통일 후 북한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남한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을 북한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북한 땅에 기업이 세워져야 일자리가 생기고, 결국 그들이 세금을 내고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