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의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 조립을 하고 있다.

코지마 쿠르트(Curth·53)씨는 동독 국민으로 29년, 통일 독일 국민으로 24년을 살았다. 동독 치하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그는 스물아홉 살이었던 1989년 도시를 휩쓴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우리는 인민"이라는 민주화 구호와 함께 "우리는 하나"라는 통일 구호를 외친 동독 젊은이 중 하나다. 이듬해 10월 동·서독이 통일을 선언했을 때 거리로 뛰쳐나와 친구들과 밤새 축포를 터뜨렸다. 동독 시절 '일거리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그는 현재 관광 가이드로 일하고 있다. 쿠르트씨는 "통일 직후 동독 지역 실업률이 증가하고 2000년대 들어 복지 혜택이 줄어들면서 통일에 대한 동독의 불만이 높아졌었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가 살아나면서 이런 문제도 많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 사회는 대(大)변혁을 겪었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서독 지역 주민의 절반(52%) 수준이었던 동독 지역 주민의 소득은 2011년 기준으로 80%까지 늘어났다. 2000년대 초반 18%까지 치솟았던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2012년 10.7%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직은 서독 지역 실업률(5.9%)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탈(脫)동독' 인구 유출 멈춰

통일 이후 옛 동독 지역 인구는 작년까지 12%쯤 줄었다. 동독 젊은이들이 일거리를 찾아 서독 지역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통일(1990년) 후 3년 동안 구 동독 지역의 인구 100만명이 줄었고 이후에도 연간 5만명 이상이 서독으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런 '인구 대이동'이 최근 멈췄다. 2012년 구동독에서 서독 지역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2000여명이었다. 통일 직후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며 반 토막 났던 출산율은 2008년 구서독 지역을 앞질렀다. 서독 태생으로 작년 구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州)의 기업에 취업한 올리버 베켈씨는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동독으로 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칼 하인즈-파케 독일 마그데부르크대 교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구동독 지역의 인구 유출이 통일 비관론의 근거가 됐다"며 "최근 인구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구동독 지역의 산업이 제 궤도에 올랐다는 증거"이라고 했다.

1991년 동독 지역 주민의 가처분소득은 서독 지역의 절반이었지만 5년 만에 75%로 높아졌고 현재는 80%까지 올라갔다. 통일 직후 동독 기업의 줄도산으로 실업자가 1991년 100만명, 2005년 160만명으로 늘었지만 2012년엔 89만명까지 줄었다. 동독 지역 주들의 실업률은 대체로 높지만 튀링겐주(8.5%) 등 일부 주는 브레멘(11.2%) 등 서독 지역 일부 주보다 낮다. 자유화 물결로 이혼율이 급증한 것도 통일 후 동독 사회에 나타난 변화다. 1991년 동독 지역 주민 1000쌍당 이혼 건수는 2.3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8.7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하며 서독 지역과 같은 수준이 됐다.

동독 지역 주민의 서독 지역 대비 가처분 소득 수준. 동독 지역의 실업자 수. 동독에서 서독 지역으로 인구 순유출. 동·서독 지역의 합계 출산율.

서독 지역에 대한 박탈감도 여전

2000년 후반 들어 동독 지역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문제점도 여전하다. 낮은 노동생산성과 연구·개발(R&D) 투자 부진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동독 지역의 노동생산성은 서독 지역의 80% 수준이다. 독일 내무부는 2012년 동·서독 통합 보고서에서 "구동독 지역에는 경쟁력이 낮은 중소기업, 대기업의 생산 공장이 많은 반면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마케팅 등을 하는 대기업의 본사는 서독 지역에 집중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연구·개발 능력도 동서 격차가 적잖다. 근로자 1000명당 기업 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서독 지역은 9.1명인 반면 동독 지역은 4.5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전체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기준 동독 지역이 33.5%인 반면 서독 지역은 46.4%다.

구동독 주민들은 통일에 대해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면서도 "서독 지역에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고 말하고 있다. 쿠르트씨는 "똑같은 일을 해도 서독 지역 임금의 80% 정도만 받고, 연금도 차이가 난다"며 "특히 사회주의 시스템에 젖어 있던 사람들의 불만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