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문에는 ‘상당한(considerable)’ 기간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표현은 구체적으로 정의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아마도 약 6개월 뒤쯤(around six months)이 아닐까 싶습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한 예상 밖의 말 한마디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자산매입 종료 이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그 상당 기간이란 게 어느 정도라는 뜻이냐”는 의례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옐런 의장의 대답 대로라면, 연준이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을 지금 속도로 오는 9월 종료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이르면 내년 3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기다.

이날 옐런의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미국 다우존스 평균 그래프는 거의 수직으로 곤두박질쳤고, 미국의 국채 금리는 반대로 수직 상승했다. 미 경제매체인 마켓워치는, 1시간 이상 진행된 기자회견 동안 “투자자들 귀에는 세 단어(약 6개월 뒤쯤)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썼다.

"말실수 가능성 커"…"시장 참가자 혼란 빠뜨려"

하지만 대다수 미국 언론들은 옐런 의장의 발언이 말실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비둘기 성향(양적완화 지지)으로 인식됐던 그의 예상치 못한 매파적인 발언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자에서 “옐런 의장이 중앙은행 직원의 대표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실상은 그의 대답이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유력한 해석”이라고 평했다.

폴 에델스타인 IHS 이코노미스트도 “이번이 옐런의 첫 기자회견인 점을 감안할 때, ‘6개월 발언’은 실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모호함이 필요한 상황에서 옐런이 너무 구체적인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FT는 “옐런 의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버냉키 전 의장과 별다를 게 없지만 몇 차례 말 실수를 반복해 시장 참가자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연준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는 수사적인 표현을 동원한 겉치레에 불과했는데, 옐런 의장이 첫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구체적인 선제 안내를 내놓은 점을 축하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옐런 의장이 작심 발언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함 반홀즈 유니크레딧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확실한 신호”라면서 “지난 몇 년간 미뤄온 금리 인상이 드디어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주가 하락·국채 금리 상승·달러화 강세

19일(현지시각) 다우존스 평균 그래프

옐런 의장의 발언 직후 주요국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통화가치, 채권 가격이 동반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하락폭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금융자산이 옐런 의장의 한마디에 영향을 받았다.

이날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전일 대비 114포인트(0.7%) 내린 1만6222.17, 대형주 중심의 S&P500은 111.48포인트(0.61%) 하락한 1860.77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거의 평행선을 그려온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10bp(1bp=0.01%) 가까이 치솟아 2.78%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등 주요국의 국채 금리도 대부분 상승했다.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을 끝 마친지 5~6시간 후 열린 아시아 금융시장도 바로 영향을 받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0.94% 하락했고, 일본의 닛케이평균은 1.6% 하락했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일 대비 5.7원 내렸고, 엔화 가치도 0.72엔가량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도 오후 2시 30분(현지시각) 기준 0.45% 하락한 6.2248위안을 기록 중이다.

대다수가 옐런 의장의 데뷔전에 낙제점을 줬지만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의견도 내놨다. 존 캐날리 LPL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수일 내에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관심이 테이퍼링이 아닌 금리 인상 시기로 바뀌었다는 점을 볼 때 이것은 좋은 반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