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합병을 전격 선언한 후,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의 추가 제재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에서 영구 퇴출시키고,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 판로를 조이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제재안을 두고 “장난꾸러기의 짓”이라고 비웃고 있다. 추가 제재안을 두고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각) 영국 정부 주도로 EU가 향후 25년간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을 줄여나가는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는 20~21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가스 수입을 이라크의 천연가스와 미국의 셰일 가스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EU 정상회담에 앞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 전화 회담을 갖고 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 의회 연설에서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영구 추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압박 공세를 이어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 안보정상회담 때 이번 사태를 다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 개입에 나설 계획은 없다며 외교적으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U에는 속하지 않은 스위스 정부도 러시아와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중단하며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압박에 가세했다. 스위스 정부는 “불확실한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척 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와의 FTA가 중요하긴 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과 일본 정부 등 주요국들도 외교부 명의의 공식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움직임을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19일 옛소련 11개국으로 이뤄진 독립국가연합(CIS)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CIS가) 일부 가맹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밝히며 CIS 의장국 지위도 포기했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 측의 제재안을 공개적으로 비웃고 있다. 제재안에 포함된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미국과 EU의 제재안 발표 직후 트위터에 “내가 해외에 자산이나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나요?” “(제재안이) 장난꾸러기들이 준비한 것인 줄 알았다”는 등의 단문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