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화면 캡처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규제개혁장관회의는 기존의 대통령 주재 민관합동회의와 달리 파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우선 민관회의에서 단골 멤버였던 대기업이 배제되고 중소기업인들 위주로 참석자를 구성했다. 공무원들의 '눈총'을 의식하지 않고 쓴소리를 할 만한 갈비집 여(女)사장 등 자영업자들도 포함됐다.

파격(破格)은 더 있다. 이번 회의는 대통령과 약속된 답변을 주고받는 관행을 깨고 박 대통령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했다. 게다가 회의 종료 시간이 없는 '끝장 토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략적인 건의 내용은 사전에 취합하지만, 기업인들이 더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할 생각"이라며 "회의 진행에 대한 계획은 있으나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에 따라 회의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회의 참석 예정인 김홍국 하림 회장은 "2분 정도 발언할 내용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실에 전달했지만, 회의에서 더 얘기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끝나는 시간 없는 '끝장 토론'

박 대통령은 당초 17일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회의를 하루 앞둔 16일 "규제 개혁의 수요자인 민간 참여를 늘려야 한다"며 20일 오후 2시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회의의 주무 담당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경제수석실로 교체했다. 기업 측 참석 인원도 당초 10명 미만에서 40~50명으로 크게 늘렸다. 참석 예정자 가운데 대기업을 대변하는 인사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정도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서병문 중기중앙회 수석 부회장,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김종환 신영목재 사장 등 대부분 참가자가 중소기업계 인사들이다. 수도권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는 여성 자영업자도 참석한다.

삼성·SK·LG·포스코 등 30대 그룹에서 초청받은 대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왼쪽부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강호갑 중견기업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김종환 신영목재 사장.

'생색내기 회의'로 그칠 우려도

이번 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하지만 종료 시간은 정하지 않았다. 이호섭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총괄기획팀장은 "당초에는 4시간 정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마치는 시간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7분을 배정받고 '규제 개혁의 원칙'을 주제로 규제총량제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재희 부회장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 체감 설문 조사 내용과 중소기업의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청와대에서 참석하라고 연락한 각 기업 중에는 최근 언론에서 이슈가 된 규제로 논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반도체의 경우 최근 두 공장을 터널로 잇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서울반도체는 경기도 반월공단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이곳에서 150m 거리에 있는 땅을 사 발광다이오드(LED) 공장을 추가 증설해 지하터널로 연결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반월·시화산업단지 배출시설 설치 허가제한 세부지침'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고시에 따라 경기도가 마련한 이 지침에 따르면 LED 공장처럼 구리를 배출하는 업종은 신규 입주가 제한된다.

회의에 참석하는 한 기업인은 "이번 회의가 규제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사안들 가운데 이미 어느 정도 해결돼가고 있는 사안을 보고하는 식의 '생색내기 회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