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8명 수준인 자살을 5년 뒤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전국의 교육, 사회복지, 의학, 여성, 종교계와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하지 않아요. 그 뒤 우리 단체 문을 닫는 게 바람입니다. 하하."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비영리법인 '생명문화'가 오는 19일 서울 명동 YWCA에서 각계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식을 갖는다. 류시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장, 박인주 전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비서관,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태범석 한경대 총장을 공동대표로, 80여명의 인사가 고문, 자문위원, 이사 등으로 참여한다. 이 가운데 박 전 수석과 류 회장,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차경애 대한 YWCA연합회장, 임삼진 서울흥사단 대표가 모여 얘기를 나눴다.
생명문화는 시민운동을 해온 박인주 전 수석이 주도했다. 그는 우리가 일류 국가가 되려면 물질문명에서 벗어나 생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생명문화는 개별적 소규모 단체 위주로 진행돼온 생명존중 운동을 통합해 정책과 교육, 그리고 가정으로 확대해 '생명 한국'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념과 정파, 종파를 초월해 다 함께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우선 과제는 자살률을 5년 내 반으로 낮추는 것. 2012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9명으로 10년 전보다 57%나 증가했다. OECD 평균인 13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9년 연속 1위다.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한다는 뜻이다.
"5000만명이 좁은 땅에서 50년간 치열하게 경쟁해 왔잖아요. 성공한 사람도 상처를 입었으니 실패한 사람은 말할 것 없죠. 게다가 '불통 사회'로 흐르면서 고독이 심화되고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탤런트 최진실씨 같은 유명인의 자살도 영향이 컸고요."(임삼진 대표)
생명문화는 올해 전국에 1만명의 '생명 지킴이'를 조직해 정책과 법령을 분석하고 언론 모니터링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어머니 지도자를 초·중·고교에 파견해 가르치고, 불교·기독교·가톨릭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와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생명학회'도 만들어 연구하고, '생명공원'을 조성해 나무를 심어 청소년이 생명의 가치를 체험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차경애 회장은 "어머니는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니 생명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강하다"며 "부모와 자녀가 식탁에 앉아 소통하기 시작하면 가정과 이웃 공동체도 살아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세 모녀 자살 사건에서 보듯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연결망이 갖춰 있지 않은 거예요. 사회의 핏줄이 막혀 동맥경화증에 걸린 거죠. 전국 63만명의 사회복지사가 사각지대 신고센터를 가동하며 이웃의 어려움을 알릴 겁니다."(류시문 회장)
"우리는 그동안 먹고살기 바빠서 가치관 문제로 고민할 겨를이 없었죠.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먹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어요. 내 생명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삶의 소중함을 알려줘야 합니다. 언론이 자살 대신 '사망'이라는 용어를 쓰고 자살 관련 보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클 거예요."(윤경로 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