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 이는 '페이스북' 창립자인 마크 저커버그(30) 최고경영자(CEO).
저커버그는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과 관련해 "정부가 우리 모두의 미래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이 페이스북 서버를 사칭하는 등 수법으로 악성코드를 배포하고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보도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이 사실은 저커버그가 13일 본인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저커버그는 "불행하게도 진정한 전면 개혁이 이뤄지려면 매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해, 오바마와 신경전을 벌였음을 시사했다. 백악관은 "통화가 12일 밤 이뤄졌다"고만 확인하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아무리 정부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인이 대통령에게 먼저, 그것도 따지기 위한 목적으로 전화를 건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네티즌의 공감을 유도한 것은 자칫 정권에 찍힐 빌미를 줄 수도 있는 행위다.
미 언론들은 저커버그의 이런 '배짱'은 오바마와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와 저커버그는 23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주 친한 사이(chummy)'"라고 전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는 페이스북을 통한 모금 캠페인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200만명 이상의 젊은 소액 후원자를 끌어모았다. 오바마와 저커버그는 이후 경제 행사 등에서 만나 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