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보고 나오며 가슴이 콩닥거렸다. 웅장한 설경(雪景)부터 아름다운 OST, 탄탄한 이야기 구성에 등장인물의 자연스러운 몸놀림과 표정까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빈틈없이 잘 만들어진 뮤지컬을 관람한 감흥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천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다시 한 번 극장을 찾았다. 대박 흥행의 비결을 알고 싶었다. 이번엔 눈을 크게 뜨고 한 장면 한 장면 꼼꼼히 살펴볼 요량이었다.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울고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극장을 나오며 문득 김연아 선수를 떠올렸다. 그는 언제나 무용을 했다.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신고 있었지만 나는 그가 스케이팅을 한다고 느낀 적이 거의 없다.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사뿐히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꽃처럼 피어났다. 그에게 연기는 현란한 점프의 조합이 아닌 혼신을 다한 한 편의 무용이었다.
'겨울왕국'과 김연아는 많이 닮았다. 애니메이션 국내 최초 천만 돌파에 음원차트 1위 '겨울왕국'과 세계인의 가슴속 영원한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에겐 차원을 뛰어넘은 높은 완성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연아의 클린 연기는 회전방향으로 허리가 휠 만큼 긴 시간 꾸준히 반복된 연습과 체력단련에서 나왔고,'겨울왕국'의 잊지 못할 눈 풍경은 한 프레임에 30시간 이상 드는 기술적 노력과 눈꽃송이 2000여개를 각각 그린 정성으로 만들어졌다. 가상의 캐릭터지만 관객들과의 진심 어린 교감으로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효과를 제대로 보여 준 '겨울왕국'처럼 김연아는 세계인을 매혹시킨 연아 브랜드로 사그라져가던 피겨스케이팅계를 부활시켰다.
높은 완성도는 탁월함을 부르고 품위를 이룬다. 고민하고, 공들이고, 반복하고, 개선하는 시간이라는 땅에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기술 속도와 응용력은 둘째가라면 서럽다. 한국의 서비스력이라면 세계 어딜 가도 살아남을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완성도다. 지금이야말로 한계와 차원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공들이고 반복하는 시간을 투자해야 할 그런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