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1일과 6일 두 번에 걸쳐 전화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논의했다. 말도 다르고, 시간대도 다른 양국 정상은 어떻게 전화 통화를 할까.

세계 정상들은 서로 통화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수화기부터 잡지 않는다. 미국은 백악관 지하에 있는 상황실(Situation Room)에서 상대국 실무진과 통화 시각을 사전에 조율한다. 비(非)영어권 정상과의 회담에는 국무부 소속 전문 통역사를 배치한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전화를 연결하면 정상 간 대화가 시작된다. 통화는 모두 기록 및 녹음된다.

일상적인 주제는 전문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통역한다. 대통령이 입을 열자마자 말을 옮기는 '동시통역'이다. 하지만 민감한 의제를 다룰 때는 대통령이 한 문단을 이야기하면 통역을 하고 통역이 끝나면 다시 한 문단을 이야기하는 '순차통역'을 한다. 통역이 정확해지는 대신 시간이 2배가량 걸린다.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통화가 각각 90분, 60분이나 걸린 것도 순차 통역을 했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 사이에는 1963년부터 '레드폰'으로 알려진 핫라인(긴급회선)이 있었다. 하지만 '폰'이라는 표현과 달리 당시 핫라인은 전화가 아니라 전보(電報)를 주고받는 시스템이었다. 레드폰은 1967년 제3차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처음으로 19차례 전보를 주고받는 데 사용됐다.

미·러 정상의 직접 통화는 1991년 양국이 위성전화 시스템 '다이렉트 보이스 링크(DVL)'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통화 빈도가 높아지면서 이메일 기능까지 더해졌다. 레드폰도 아직 존재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DVL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는 2010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처럼 나도 트위터 계정이 있다. 트위터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레드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